KPI뉴스 - 진주시 '촉석루 국보 승격' 군불때기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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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촉석루 국보 승격' 군불때기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박종운 기자
기사승인 : 2024-06-18 06:00:07
문화유산법 '보물 중에서 심의 거쳐 국보 지정' 규정…원천 불가
진주시 "8월 신청서 제출"…밀양영남루 국보 승격 후 여론 호도

"밀양 영남루가 국보로 승격됐으면, 당연히 같은 수준 문화재급인 촉석루도 국보로 지정돼야 한다" 경남 진주지역에서 진주성 안에 위치한 촉석루의 '국보 승격'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야간 남강 촉석루를 배경으로 설치돼 있는 진주 상징 캐릭터 '하모' 모습 [진주시 제공] 

 

지난해 말 시민 서명운동 등으로 지역 여론이 비등하자, 진주시가 지난 3월 관련 용역을 발주, '국보 지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6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8월 문화유산청에 국보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촉석루는 국보 지정 대상이 아니다. 문화유산법 제23조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유산 중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보 전제 조건은 보물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진주시가 '국보 지정' 군불 때기에 나선 이유는 뭘까. 직설적으로 그 이유는 여론 호도 아니면 관련 법에 대한 무지의 발로다. 

 

▲ 진주시청 홈페이지 보도자료 캡처

 

지난해 말, 진주지역 시민단체 충효실천운동본부(본부장 추경화)는 밀양 영남루가 국보로 승격되기 한달 전에 '촉석루 보물 승격 서명운동'에 돌입, 3500여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해당 단체는 20여년 전부터 지역 문화재 발굴에 앞장섰던 향토사학자 추경화(72·일명 추호석) 씨가 만든 단체다.


이런 가운데 밀양 영남루가 지난해 12월 28일 국보로 승격됐다. 보물로 지정된 지 60년 만이다. 영남루는 이미 1933년 일제시기에 보물로 지정됐다가 해방 후인 1955년에는 국보로 승격됐으나, 1962년 1월에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를 재평가하면서 다시 보물로 낮춰진 상태였다.

조선시대 후기 대표적 목조 건축물로 꼽히는 영남루의 국보 승격은 논개 정신이 배어있는 '촉석루'를 자랑스런 지역 대표 문화재로 여기는 진주 여론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촉석루는 △영남루 평양 부벽루 함께 '조선시대 3대 누각'으로 불려왔다는 점에서, 진주 시민들의 국보 지정 염원은 자연스런 귀결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예향'(藝鄕)으로 불리는 진주시의 문화재에 대한 몰(沒)개념이다. 촉석루는 6.25 한국전쟁 때 목재 부문이 상당 부문 소실됐다. 이후 1960년 시민들이 십시일반 내놓은 성금까지 보태 복원됐으나,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복구됐는지 여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14일 조규일 시장이 주재한 '촉석루 국가지정문화유산(국보) 승격 학술용역 보고회'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당시 보도자료에도 '국보 승격'으로 명기돼 있다.)


보고회에 참석한 관계전문가들은 이날 '복원 과정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단체의 후손이 보유한 자료 및 공사 당시의 시방서 등 촉석루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를 확보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검증된 자료를 통한 3D 작업으로 촉석루가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용역보고회가 열린 지 이틀 지난 16일 진주시는 돌연 '오는 8월 촉석루 국가지정문화유산(국보) 승격 신청'이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10여년 동안 국보 지정을 위해 공을 들인 밀양시와 달리 영남루 국보 지정이란 소식에 부랴부랴 진주시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요란스런 제스처라는 의심을 낳았다.

 

박완수 도지사 '촉석루 푸대접론'에 진주시 돌연 '국보 승격' 카드

진주시의 이 같은 과잉 대응은 박완수 경남지사의 '촉석루 푸대접' 발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10일 월요 간부회의에서 "촉석루를 국가유산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지역민 목소리가 굉장히 높다"며 "3대 누각 중 밀양 영남루는 이번에 국보로 승격됐고, 평야 부벽루도 (북한이) 보물로 지정한 것으로 안다. 유독 촉석루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지사가 '국가지정 문화유산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진주시가 갑자기 보물 지정도 아닌 국보로 바로 승격하자고 나선 셈이다. 

 

6·25 전쟁 이전까지만해도 당당히 국보로 자리매김해 왔던 촉석루를 화재 소실이라는 이유로 2020년 6월 겨우 '지방 유형문화재'로 한 등급 올려놓은 진주시와 경남도가 밀양 영남루의 국보 지정 이후에 내보인 합작 꼴불견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촉석루 보물 지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앞장섰던 향토사학자 추경화 씨는 "영남루와 달리 촉석루가 목재 부분 소실로 인해 국보 지정 회복이 쉽지 않지만, 석문과 바닥 돌이 살아있다"며 문화유산청의 적극적 문화유산 승격 검토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진주시가 지금껏 촉석루 문화유산 승격에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박 도지사의 한마디에 '국보 지정' 운운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촉석루의 국보 지정이 어렵다면 빠른 시일 '보물로-세계유산 지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박종운 기자 jsj3643@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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