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커피 파는 은행' 스타벅스…'포인트 생태계'도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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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파는 은행' 스타벅스…'포인트 생태계'도 균열

유태영 기자   송채린 기자
기사승인 : 2026-05-26 17:53:13
탱크데이 후폭풍, 매장 불매 넘어 수익 구조 직격
4500억 선불금 운용하면서 금융 규제는 '사각지대'
한시적 전액환불 꺼냈지만…"더 적극적인 대응 필요"

매달 10만 원씩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하던 20대 박 모 씨는 이른바 '탱크데이 사태' 이후 카드 잔액을 돌려받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환불을 신청하자 돌아온 답변은 "불가"였다. 잔액이 8만 원 이상 남아 있었지만, 최종 충전금액의 60% 이상을 써야 환불이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10년간 스타벅스 골드 등급을 유지해온 20대 이 모 씨도 남은 충전금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마찬가지로 60% 규정에 막혔다. SNS를 뒤져 마진이 적은 베이커리를 구매하면 스타벅스 손실이 크다는 정보를 얻은 뒤, 샌드위치를 사서 조건을 겨우 채웠다. 환불을 받자마자 회원을 탈퇴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후폭풍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축인 '선불 충전금'까지 뒤흔든다. 이번 사태가 스타벅스 수익 구조에 작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서울 여의도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전경. [KPI뉴스 자료사진]

 

26일 스타벅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선수금 잔액은 4275억63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미사용 포인트 267억 원을 합산하면 고객 대상 계약부채 총액은 4542억 원에 달한다.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누적 선불금은 2조6249억 원이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 자금을 은행 예금과 신탁 상품에 운용해 408억원의 이자·투자 수익을 거뒀다. 스타벅스가 업계에서 '커피 파는 은행'으로 불리는 이유다. 고객이 앱이나 카드에 미리 충전해둔 돈은 사용되기 전까지 이자 없이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프트카드 포인트를 모두 소진하지 않고 남겨주는 약간씩의 잔액이 모이는 '낙전수입'도 수익원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사실상 은행처럼 고객 돈을 운용하면서도 금융당국의 감독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불 조건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을 따르는 것과 달리, 해당 기업이 정작 수천억 원의 선불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별다른 규율이 없다. 

 

지난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국회가 선불업 규제를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당시에도 스타벅스 같은 대형 직영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는 사이 선불 포인트 시장이 커지면서 스타벅스코리아의 공고한 수익원이 됐다.

 

하지만 최근 '탱크데이' 논란으로 공고하게 유지돼 온 수익구조가 흔들리게 됐다. 공공기관을 비롯한 B2B 시장부터 판매량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세종시, 선관위 등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기프티콘 경품을 타 브랜드로 교체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강기정 광주시장도 연이어 "스타벅스 상품권 퇴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탱크데이' 사태 관련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 [유태영 기자]

 

기존 포인트 환불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더 이상 스타벅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소비자에게 조건 없이 충전 잔액 전액을 환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1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 미사용 스타벅스 카드 잔액 반환을 요청하는 지급명령을 신청도 접수됐다. 스타벅스가 이의신청을 하면 정식 민사소송으로 이어진다. 

 

여론이 들끓자 스타벅스는 이날 정용진 회장 사과문 발표에 맞춰 6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한시적으로 충전 사용 비율 조건 없이 전액 환불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일시적인 환불보다 더 적극적인 대응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스타벅스가 이번만큼은 자신들의 손실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조건없이) 환불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시적 환불 완화는 필요한 조치지만 근본적 방안은 아니다"라며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상시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스타벅스의 선불 포인트 사업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순주 KDI 선임연구위원은 "선불충전금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에 준하는 규제 편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불충전금 운용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교대학원 연구교수는 "스타벅스가 구독경제 모델을 표방하면서 야기한 문제"라며 "매출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유태영·송채린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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