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세수 늘리려다 오히려 줄 수도"…'가상자산 과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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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늘리려다 오히려 줄 수도"…'가상자산 과세'의 역설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6-05-29 17:40:29
'큰손'부터 해외 거래소로 이탈 우려…"세수증대 효과 미지수"
거래량 급감으로 국내 거래소 매출 타격…법인세 축소 우려
금투세 폐지해놓고 가상자산은 왜?…형평성·입법논리 모순 논란

2027년 시행이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과세 형평성과 세원 확보를 내세우지만, 업계에서는 고액 투자자 해외 이탈을 우려한다. 세수 효과는 제한적이고 국내 시장 위축만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안대로라면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매매차익에 대해 22%(지방세 포함)의 세금이 부과된다. 가상자산 소득은 양도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가상자산업계와 세무 전문가들은 과세가 시작되면 '큰손'들의 이탈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라고 본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겸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큰손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DEX)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반면 일반 투자자 상당수는 손실 상태여서 실제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은 해외 이전이 상대적으로 쉽다. 국내 거래소 계정이나 개인 지갑에 보유한 코인을 해외 거래소로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실무자는 "투자자가 직접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이전하는 데 기술적 장벽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과세당국의 추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세당국은 거래자료 확보, 취득가액 검증, 해외거래 파악 등에 상당한 행정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올해부터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본격 가동되면서 해외 거래 파악 기반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카자흐스탄, 터키 등은 CARF 미가입국이다. 미국도 2029년 가입 예정이어서 당장 미국 거래소를 통한 거래까지 충분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 여러 곳과 DEX를 오가며 거래할 경우 추적 난도는 더 높아진다. 오 교수는 "CARF 가입국 간에도 정보 공유가 실제로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결국 국내 거래소처럼 파악 가능한 투자자들만 과세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수 측면에서도 역효과 우려가 있다. 가상자산 과세로 새 세원을 확보하더라도 국내 거래소 거래량이 줄면 법인세 수입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이 95% 이상이다. 지난해 빗썸은 법인세로 274억원을 냈고,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법인세는 3025억원이었다. 두나무 매출의 대부분은 거래 수수료에서 나온다.

 

문제는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고액 투자자들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한 거래소 실무자는 "큰손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 중 1% 안팎이지만 거래량 비중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거래소 매출과 법인세 수입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인도는 2022년 가상자산 수익에 30% 세율을 적용한 뒤 주요 거래소 거래량이 급감했다. 인도네시아도 과세 시행 이후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가상자산 기타소득세로 걷는 세금보다 거래소 법인세 감소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형평성 논란도 남아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 소득에만 과세하는 것은 입법 논리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 폐지' 청원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과세에 앞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춘 뒤 과세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게 조세정책의 대원칙이지만 과세가 늘 세수 증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가상자산 과세가 조세 정의의 실현이 될지, 세수의 역설로 돌아올지는 남은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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