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부동산PF와 전세사기 대응, '정부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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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동산PF와 전세사기 대응, '정부의 이중잣대'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3-10-30 20:26:41
전세사기 피해는 "사인 간 계약"이라더니, 부동산 PF는 적극 구제
국회서 '전세사기 특별법' 후속입법 전망…정부 입장 눈여겨볼 일

깜짝 놀랄 액수였다. 9개 대형 증권사가 지난 4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자그마치 8510억 원이었다. 한 사람이 수십 억 원을 받은 사례도 수두룩하다. 어떤 이는 무려 65억 원을 챙겼다.

증권사 PF 담당자들이 천문학적 성과급을 수령할 때, A씨는 대전에서 전세사기를 당했다. 다가구주택 전세보증금 8000만 원을 떼였다. 그는 지난 7월 대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일이 잇달았다. 인천에서는 지난 2월 B씨가 7000만 원, 한달 뒤엔 C씨가 5600만 원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PF 성과급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다.

사실 부동산 PF 문제와 전세사기 피해는 동떨어져 있지 않다. 부동산이라는 부푼 풍선에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 실타래다. 

 

PF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큰 이익을 남기지만, 경기가 꺾이면 손실을 입는 구조다. 지난해부터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자 많은 건설사와 증권사가 위험에 노출됐다. 같은 기간 전세시장에서는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속출했다. 이중에는 처음부터 제도의 허점을 노린 악덕 집주인들도 있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부동산 PF 부실화는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쫓느라 추운 겨울에 대비하지 않았던 '사업적 실패'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어떤 탐욕도 추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살아갈 집'을 구했을 뿐이다

그런데 두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상당히 다르다. 

 

부동산 PF가 부실해졌을 때 정부는 적극적인 구제 조치에 나섰다. 지금까지 내놓은 금융지원만 총 40조 원 규모다. 그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의 PF 보증한도 확대다. PF 부실화는 민간기업이 '빚 보증'을 잘못 서서 생긴 일인데, 공공기관이 같은 방식(빚 보증)으로 위험부담을 흡수하도록 한 것이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면 공공기관이 떠안아야 할 돈이다.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는 정부가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하던 지난 5월 쟁점은 '선구제 후회수'였다. 많은 의원은 정부가 일단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먼저 세입자를 보호한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며 완강하게 버텼다.

정부는 한결같은 입장이었다. "사인 간 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공적 재원으로 직접 보전하는 방안은 수용하기 곤란하다. 납세자인 국민들께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이원재 당시 국토교통부 1차관)는 것이다. 결국 '선구제 후회수'는 특별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어딘가 공평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 '사인 간 계약'이라는 점은 전세사기나 부동산 PF나 다르지 않은데 전세사기 쪽만 기준이 더 엄격하다. '납세자 국민의 부담'이라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잠재적 부담을 합치면 부동산 PF 쪽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부동산 PF 문제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특별지원'의 명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전세시장 균열에 따른 사회·문화·경제적 파장도 그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 주거실태조사(2021년)를 보면 우리 국민의 40%가 전셋집에 살고 있다. 전세보증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58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정도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 영역을 존중한다. 하지만 논리적 일관성을 잃어선 곤란하다. 부동산 PF에 공적 재원을 동원하겠다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반대로 '사적 계약'이라는 이유로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지 않겠다면 부동산 PF에도 같은 기준이어야 앞뒤가 맞는다. 상황에 따라 이중잣대를 적용해선 안 된다.

 

연말까지 정기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후속 입법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제정 당시 여야와 정부는 '시급성을 고려해 일단 빨리 특별법을 만든 뒤 6개월 정도 지켜보고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4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중 3건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도 같은 논리로 반대할 지 지켜볼 일이다.

 

 

▲ 유충현 경제산업부 기자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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