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완화'일 뿐 40억 이상 증세 틀은 유지
"시장 전체 분위기가 급변하긴 어려워"
실거주 중심의 과세를 추진하겠다던 '8·3 세제개편안'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정부가 세부안 재검토에 착수했다.
과세 압박에 급매물을 쏟아내던 서울 강남권 고가 단지들은 일단 한숨 돌린 모습이다. 호가를 다시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그러나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번복되면서 정책 신뢰도 저하 논란과 함께, 잠잠하던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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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
25일 압구정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A 씨는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며칠 전부터 세제 정책이 수정될 기미가 보이자 1억~2억 원 정도 호가를 올리려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A 씨는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불똥이 떨어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억 원씩 내려 던졌으나, 초반 하락 폭이 워낙 컸던 터라 지금은 다시 호가를 올려 부르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며 "호가가 오르면 매수자들이 관망으로 돌아설 수 있어 거래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잠원동의 공인중개사 B 씨 역시 "급매 처분을 원했던 집주인 일부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 매도를 진행하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했다"면서 "아직 세제안 수정 범위가 정확히 결정되지 않아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 과세 완화를 전제로 검토에 착수하면서, 세 부담 감소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태도를 바꾸는 분위기다. 현재 당정은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액을 9억 원으로 낮추려던 정부안을 철회하고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14억 원(또는 현행 12억 원 복원)으로 동일 적용하는 방안과 함께, 세부담 상한선 150% 유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양도세 실수요 예외 확대 등을 종합 검토 중이다.
비거주 1주택자 과세 완화 가능성에 강남권 고가 단지들의 급매물 출회가 주춤하면서 하락세가 일단락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송파구도 상승 폭을 줄였으나, 이번 사태로 다시 분위기가 반전될 여지가 생겼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실 랩장은 "세 부담 증가를 피하려 서둘러 팔려던 비거주 1주택자는 예외 적용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매도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호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줄어들면 가격 하방 압력도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도 "최근의 급매물은 집값 하락 우려보다는 고령 장기보유자들의 차익 실현 목적이 컸다"며 "급매물 출회 속도가 줄면서 강남권 하락세는 멈추고 안도감이 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월세 시장과 관련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은선 랩장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급매로 처분하지 않고 보유를 선택하면서 전세 매물이 유지·증가해 전셋값 상승세를 저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정책 수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인만 소장은 "지금의 문제는 전월세 난과 20억 원 이하 중저가 매매 시장인데, 세제 완화가 이뤄져도 세입자들의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며 "20억 이하 아파트값은 어차피 계속 오르는 구조이고, 이번 일로 정책 신뢰만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40억 이상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를 대폭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8·3 세제 개편안의 골격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세의 '핀셋 조정'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종부세가 줄어드는 구간 역시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관망세는 계속 이어질 거란 분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 또한 "양도차액이 큰 매도자들의 처분 시한 등 구조적 틀은 유지될 것이므로 전체 분위기가 급변하긴 어렵다"면서 "강남 일부 급매물 움직임이 시장 전체에 유의미한 수치인지 봐야 하며, 최종 개편안이 나올 때까지 긴 호흡으로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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