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흔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AI로 인해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모두에게 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빼앗기지만 누군가는 AI를 딛고 도약하기도 한다. KPI뉴스는 AI 시대 각기 다른 일자리 풍경을 취재했다.
30대 남성 박모 씨는 6년 넘게 해온 영상편집 강사 활동을 그만뒀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를 보면서 도저히 살아남을 재간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영상편집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면서 쌓아온 경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박 씨는 술회했다.
박 씨가 택한 돌파구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손기술 노동'이었다. 컴퓨터 마우스를 손에서 놓고 공구를 쥐었다. 도배, 목공, 줄눈 시공을 배웠다. 책상 앞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온몸이 쑤셨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안도감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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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 지능형에너지설비과의 신중년특화과정 공조냉동실습 수업 현장.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
23일 KPI뉴스 취재 결과 AI의 위협을 피해 '기술 현장'으로 향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50대 후반 A 씨도 비슷한 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시중은행을 다녔으며 최근 10년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여기저기 법정관리 기업을 관리했다. 그런 A 씨는 요즘 전기 기술을 배운다. AI의 일자리 위협에 맞선 생존전략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전기 배선을 직접 만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A 씨는 말했다.
취업 현장에서는 현장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모습이다. 채용 플랫폼 '캐치'가 지난해 Z세대(1990년대 중반 ~ 2010년대 초반 출생) 구직자 16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블루칼라 직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연봉이 높아서'(67%)가 가장 높았지만 '해고 위험이 낮아서'(13%),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아서'(3%)라는 응답도 있었다.
2023년 국내에서 있었던 '킹산직
열풍'도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채용을 재개하자 경쟁률이 500대 1에 가까웠다. 평균 연봉 1억
원에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조건이 취준생들 사이에서 '킹산직'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같은 해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 역시 AI가 육체노동보다 사무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는 "사무직 업무 상당 부분이 자동화 노출 상태에 있으며, 반면
현장 중심의 건설·유지보수 등 손기술 기반 직종은 상대적으로 노출도가 낮다"고 전했다.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한 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용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의 가치가 더 인정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직무 전환 교육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송채린·한상진 기자 sc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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