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인상 요인들 쌓이면 보험료 인상 가능성 있어"
지난 8일부터 추나에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됐다. 환자들은 환영할 일이다.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에도 고가여서 꺼리던 추나 치료가 보편화할 전망이다. 이와 달리 보험업계는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간 실손의료보험은 추나 치료를 보장하지 않았다. 자동차 사고 피해자의 경우 자동차보험으로 추나 치료를 받아왔다. 이런 터에 추나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자동차보험의 추나 치료 지출(보험금)이 확 늘게 된 것이다. 자동차보험의 추나 수가(보험이 지급하는 치료비)도 이젠 건강보험 수가를 따라야 하는데, 이 수가가 기존 자동차보험 수가의 2∼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와중에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정부가 치료횟수 제한 기준을 발표하자 한의업계가 "환자 치료권 박탈"이라며 반발하는 등 파열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관절·근육·인대 교정…만족도 92.8%
밀 추, 잡을 나, '推拿'.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 환자의 관절,근육,인대 등을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통증이 있는 경우엔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더라도 사전예방 차원에서 유용하다.

추나 이용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효과가 좋아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추나요법 급여 전환을 위한 시범 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시범사업 실시기간 중 추나요법의 전반적 만족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92.8%가 '만족'과 '매우만족'으로 응답했다. '만족'과 '매우만족'으로 응답한 사람에 대해 만족 이유를 조사해본 결과 '효과가 좋아서'가 75.1%를 차지했다.
"과잉 진료 제한해야" VS "환자 치료권 박탈"
환자 1인당 연간 20회, 한의사 1인당 하루 18명.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추나요법 적용 기준을 이 같이 공개했다. 국토부가 이 같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을 변경한 것은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그 동안 추나요법 급여 수가를 단일요금(1만5307원)으로 책정했고, 보험사들은 이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하면 됐다. 그러나 복지부가 추나요법 급여 수가를 단순추나 2만2332원, 복잡추나 3만7716원, 특수추나 5만7804원으로 결정하자 국토부가 손보협회의 의견을 반영해 과잉 진료 예방 장치를 설정한 것이다.
한의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8일 "정부가 추나요법 시술횟수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면서 교통사고 환자의 소중한 치료권이 박탈당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의료의 전문성이 전혀 없는 국토교통부에서 이처럼 무책임하게 환자의 진료와 관련된 영역에 대한 고시를 내놓는 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10일 추가 설명에 나섰다. "자동차사고로 인한 치료기간 중 20회의 추나요법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진료상 한의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을 경우 추가적인 시술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20회 씩이나 시술을 받았는데도 차도가 없는데 계속 시술을 받아야 하나. 오히려 다른 치료를 해야 차도가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까
보험업계에서는 '추나 붐'으로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수가가 두 배 가량 올랐으니 치료 횟수가 지금과 동일하기만 해도 손해율이 두 배 로 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용 횟수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추나요법 진료비는 2016년 394억원에서 2018년 717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추나를 치료 목적으로 받는 사람도 있지만 그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동차 보험금으로 추나 치료를 받은 한 이용자는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한의원으로 가는 이유는 치료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합의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리치료는 기껏해야 만원씩밖에 안하는데 한의원에 가면 보약부터 추나까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진료를 한다"면서 "피해자가 한의원으로 가면 상대 보험사에서 손해가 계속 발생하니 합의를 빨리 하려고 한다. 그 덕에 합의금을 올려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은 한의원이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 중 하나라고 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 한방쪽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한방쪽에서는 자동차보험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자동차 보험 적용 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추나 건강보험 적용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으로 자동차보험 추나 진료비(보험금)가 연간 500억에서 최대 140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게 업계 추산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추나 하나 때문에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이런 요소들이 원가 인상 요인이기 때문에 쌓이게 되면 (보험료가) 인상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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