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재용 삼성 지배력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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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지배력 더 커졌다

손지혜
기사승인 : 2019-03-18 17:45:44
참여연대, "불법으로 점철됐다"
삼성물산 저평가·제일모직 고평가·삼바 콜옵션 미공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하는 데 결과적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절차의 정당성 문제가 남았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이후 최종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클릭하면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은 올라가지 않는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대법원 선고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불법으로 점철됐다"고 비판하는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는 어떻게 이뤄졌고, 어디까지 온 걸까.  


강해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 구조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기로 크게 바뀐다. 삼성측은 시종일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합병 후 이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배력이 강화된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 중 핵심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다.

이 부회장의 지분구조를 보면 2018년 5월 기준 △삼성물산 17.1% △삼성 에스디에스 9.2% △삼성엔지니어링 1.5% △삼성전자 0.6% △삼성화재해상보험 0.09% △삼성생명보험 0.06% 이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엔 △제일모직 23.3% △삼성에스디에스 11.3% △삼성전자 0.5% △삼성화재해상보험 0.09% △삼성생명보험 0.06%였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합병 전 제일모직 지분 23.3%를 갖고 있을 뿐 삼성물산 지분이 없던 이 부회장이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7.1%를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지배력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 삼성생명 지분 19.3%를 갖고 있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7.3%, 삼성화재 14%를 쥐고 있다.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전자 승계의 키는 통합삼성물산"이라면서 "삼성전자를 기준으로 보면 대략 삼성생명이 7%, 통합삼성물산이 4%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라는 루트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승계과정의 세 가지 문제점

참여연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물 흐르듯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삼성물산의 주가 가치 저평가, 제일모직의 공시지가 고평가로 인한 주가 가치 고평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미공시가 그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은 삼성물산 3주당 제일모직 1주로 이 부회장이 23.3%를 쥐고 있던 제일모직에 유리했다. 이 같은 합병비율은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것이었으나 당시 증권가에선 '무늬만 합법'이란 의심이 팽배했다. 합병비율 산정 수개월 전부터 삼성물산의 주가를 고의로 눌러왔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구 삼성물산은 2조원대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한 사실을 합병 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그룹 내 공사를 삼성엔지니어링에게 넘기기도 했다. 그래서 합병 전 삼성물산의 실적은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유독 부진했다. 사업실적이 알려지지 않거나 줄어들면서 주가는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당시 합병 비율이 자연스럽고 적법하게 산정된 게 아니라 위법과 탈법으로 점철된 사전 작업에 기반해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제일모직의 주가 가치는 부풀렸다는 의심이 여전하다. 합병 전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과 에버랜드 토지 가격을 부풀려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에버랜드 토지의 경우 2014년 ㎡당 8만5000원이던 에버랜드 공시지가를 삼성측이 최대 40만원으로 급등시켜 가격을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감정원 개입설마저 제기됐다.

 

2014년 10월 한국감정원 특별부동산위원장이 에버랜드 개발계획에 따라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근거를 제시했는데, 개발계획이 합병 넉 달 뒤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특별부동산위원장이었던 A씨는 "검토하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표준지) 선정은 구청하고 평가사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종보 변호사는 "삼성에버랜드가 가지고 있는 공시지가가 갑자기 올랐다가 2016년 다시 갑자기 떨어졌다"면서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에서 중요한 지표인 공시지가가 삼성 이재용 일가를 위해 조작돼 결국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같은 의혹에 감사를 실시했고 작년 4월 공시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점으로 꼽힌 항목은 △표준지 선정절차 위배 △공시지가 평가의 일관성 결여 △부적절한 개별 공시지가 산정 등이다. 이런 이유들로 참여연대는 작년 11월 1일 이재용 부회장을 배임 및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처음부터 바이오젠의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았다. 2015년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에피스가 흑자 회사로 깜작 반전했다. 참여연대 김은정 경제노동팀장은 "처음부터 콜옵션이 공시에 반영이 됐더라면 삼성 합병 비율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참여연대에서 추론해보니 1대 0.55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UPI뉴스 자료사진]


합병과 무관할 수 없는 '삼바 분식회계'

'삼바 분식회계'도 에버랜드 공시지가 급등과 비슷한 맥락이다. 합병 전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46.79%)였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 지분은 6%에 불과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을 49.9%(50% -1주)까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삼성바이오와의 계약이 그랬다.

삼성바이오는 이를 숨겼다. 그러다 2015년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회사)에서 지분률이 더 낮은 관계회사(공동지배회사)로 바꿨다. 평가액이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바뀌면서 매년 수백억 원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는 1조9000억원 흑자 회사로 깜짝 반전했다. 지배력 변경으로 종속회사가 관계회사가 되거나, 관계회사가 종속회사가 될 경우는 당해년도에 한해 지분가치를 시장가로 인식한다. 기존주식을 매각했다가 전체를 재매입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를 고의 분식회계로 봤다. 지배력이 달라졌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거였다. 금융권 고위인사 A씨는 "합병비율 공정성 논란이 심하다 보니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사후적으로 합리화하려 한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합병 당시 써먹은 삼성바이오의 부풀려진 가치가 사후적으로 분식회계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론이다. 참여연대 김은정 경제노동팀장은 "처음부터 콜옵션이 공시에 반영이 됐더라면 삼성 합병 비율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참여연대에서 추론해보니 1대 0.55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교환비율이 삼성물산 2주당 제일모직 1주라는 얘기다.

이제 이목은 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수사로 집중된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삼바 분식회계도 검찰 수사를 거쳐 법원에서 최종 결론날 것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경영 복귀 여부가 사법부 판결에 달려 있는 셈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삼성물산 등을 재차 압수 수색하는 등 삼바 분식회계 수사를 본격화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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