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도입 후 53년…국위 선양 잣대, 모호하고 추상적
누적 점수제, 입영 연기제 등 그간 제시된 개선책 다수
예술·체육 분야 병역 특례 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공정 특혜로 변질된 이 제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 제도 축소 또는 폐지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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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승리하고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그러한 주장이 확산되는 주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간다"며 자축하거나 "군 면제라는 보상"을 대놓고 강조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자아냈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 특례를 둘러싼 논란은 전에도 여러 차례 벌어졌다. 예술보다 체육 분야에서 더 자주 논란이 됐는데, 특혜를 근절하기 위한 방책이 그 과정에서 여럿 제시됐다. 그것을 되짚어 보는 것은 향후 이 문제를 풀어갈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살펴볼 것은 폐지론이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 특례 제도는 유신 독재 시기인 1973년에 도입됐다. 국제 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한 운동선수 등에게 병역 특례를 적용한다는 취지였다. 도입 후 53년이 지나는 동안 특례 적용 대상에 변화가 있었지만, 국위 선양을 축으로 한 제도의 근간은 변함이 없었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국위 선양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잣대라고 비판한다. 지금과는 사회 상황이 많이 다른 유신 독재 시기에 탄생한 구시대적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혜 시비, 특정 종목·분야에 혜택이 편중된 데서 비롯된 형평성 논란 등이 끊이지 않은 이 제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폐지보다 제도 개선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도 있다. 제시된 개선책 중 하나가 누적 점수제다.
현재 체육 분야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에 입상하면 병역 특례 대상이 된다. 올림픽보다 메달 장벽이 낮다고 여겨지는 아시안게임에 한 번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만으로 병역 특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누적 점수제의 취지는 한 번의 메달 획득으로 '사실상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 일이 없게 하자는 것이다. 각각의 국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을 점수로 환산하고, 누적 점수가 기준선에 도달하면 병역 특례 대상이 되게 하는 방식이다. 해당되는 국제 대회의 폭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만이 아니라 세계 선수권 대회 등으로 넓히는 내용도 포함된다. 박근혜 정부 때 누적 점수제를 검토한 적이 있지만, 체육계의 반발에 부딪혀 도입되지 않았다.
입영 연기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병역법에는 대한체육회장이 추천한 국가 대표 선수 등은 27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현역병 입영 또는 사회 복무 요원 등의 소집 의무는 36세부터(단 병역 기피자 등은 38세부터) 면제된다고 명시돼 있다.
입영 연기제는 운동선수의 경우 27세가 아니라 35세 정도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현역 선수로 연속성 있게 활동할 시간을 보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만 특례 혜택을 누리는 현행 제도보다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이혜정 박사(법학)는 2017년 논문(스포츠 선수 병역 특례 제도의 형평성 확보 방안)에서 입영 연기제가 "스포츠 선수의 직업적 특성을 보장하면서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프로 선수가 병역 특례 덕분에 현역 선수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혜택까지 누리는 것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상당수 국민의 박탈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체육정책학회장을 지낸 손석정 남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2011년 논문(운동선수 병역 특례 제도의 법적 고찰)에서 국고 환수 방안을 거론했다. 병역 특례 기준을 완화해 비인기 종목 선수 다수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의무 복무 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수입(체육 요원으로 복무하는 동안 일반적인 사회 복무 요원과 마찬가지로 받는 급여는 제외)은 국고로 환수하거나 군 체육 발전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병역 관련 혜택을 받은 사람이 그 혜택을 활용해 커다란 경제적 이익까지 얻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예술계와 관련해서도 나왔다.
현행법상 대중 예술인은 예술·체육 분야 병역 특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어느 누구 못지않게 국위를 선양한 방탄소년단(BTS) 같은 대중 예술인도 병역 특례 대상이 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2022년 말 BTS 구성원들의 군 입대가 시작되기 전 제기된 이유다.
이와 관련해 김성배 국민대 법대 교수는 2022년 논문(대중 예술인에 대한 병역 특례 문제와 병역법 개정)에서 대중 예술인에 대한 보충역 편입 제도를 신설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병역 혜택을 받은 자의 상업적·영리적 활동을 통한 이익 추구에 대한 환수 규정"을 반드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병역 의무를 이행한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박탈감과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적 점수제, 입영 연기제, 병역 특례를 활용한 엄청난 경제적 수혜 방지책 외에 국군 체육 부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국군 체육 부대가 포괄하는 선수 및 종목을 확대하면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병역 특례 대상자의 봉사 활동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는 병역 특례 대상자가 3주간 기초 군사 훈련을 받은 후 34개월 동안 자기 분야에서 특기를 활용한 봉사 활동을 544시간 동안 하도록 규정돼 있다.
1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544시간은 68일 근무에 해당한다. 이 박사는 "이것은 사회 복무 요원이 매일 8시간씩 24개월 동안 사회 공익적 성격의 복무를 이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단지 형식적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544시간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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