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비만치료제' 수입액 1년만에 약 6배 증가
"정당한 치료받는 환자에게 낙인·행정적 부담 줄 수 있어"
대한당뇨병학회 "지정만으론 실질 효과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운자로,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려는 가운데 "전면 재검토하라"는 국민 청원이 제기됐다.
GLP-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의 약자로 음식을 섭취할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뜻한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여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에 사용된다.
22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청원24' 홈페이지에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전면 재검토에 관한 청원'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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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청원24 홈페이지에 게시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개인 치료 목적 해외직구 통관 허용 및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전면 재검토에 관한 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
청원인은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추진 과정에서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및 환자 단체의 의견이 수렴된 바가 없다"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의 참여 없이 관계기관 간 협의 만으로 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민주적 정책 결정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원내처방 금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의무화 등을 수반하여 정당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낙인과 행정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또한 동일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의 오젬픽(당뇨 전용)은 제외되고 비만 적응증의 위고비, 마운자로가 포함되는 용도 기반 기준은, 규제의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고시 개정 전 환자 단체를 포함한 공개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5일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 관리 수위가 높아진다.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서 기존과 같이 처방전 없이는 절대 판매할 수 없고, 제품 포장과 첨부문서에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문구를 필수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DUR을 통한 처방 현황 실시간 감시 대상에도 오른다.
당초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 지정 예정이었으나 의료계와 일부 환자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며 행정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식약처가 개정에 나선 이유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치료 목적이 아닌 단순 체중감량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본래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m²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또는 BMI가 27kg/m² 이상 30kg/m²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최근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국내 수입액은 매년 급증세다. 식약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수입액은 2024년 1699억 원에서 2025년 1조709억 원으로 1년 만에 약 6.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불법판매 게시물 495건이 적발됐고, 해외직구 통관보류도 882건에 달했다.
처방전 없이도 판매 가능한 의약분업 예외지역 유통도 늘어 위고비 공급량은 2024년 165개에서 2025년 1775개로 약 976% 증가했다.
이런 확산에 최근 젊은 여성층에 유행하는 '뼈말라 트렌드'도 한몫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단적 마름을 지향하는 트렌드로 관련 유튜브, 소셜네트워크(SNS) 등에 관련 게시물이 여럿이다. 이 트렌드에 따라 비만 치료 목적이 아닌 오로지 극단적인 체중 감량을 원하는 이들이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아 사용한다는 얘기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달 말 성명서를 통해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단순히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오남용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인 관리·감독 절차나 단속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단순히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명칭만 부여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GLP-1 수용체작용제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전문가 협의체 구성 △온라인 불법 판매, 무분별한 광고, 해외 직구 및 비정상 유통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실질적인 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유태영·배지수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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