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김문수와 정은임, 두 '전설'의 대조적인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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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문수와 정은임, 두 '전설'의 대조적인 부활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4-09-05 15:15:44
金, 노동 운동 전설에서 '아스팔트 극우' 이미지 인사로
노동장관 지명 후 보인 모습도 전설다운 품격과 안 맞아
청취자 마음 울린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 특집 방송
약자 향한 따스한 시선 견지한 '정영음' 접근법 기억해야

한때 그는 전설이었다. 노동 운동을 고민하던 1980년대 대학생들에게 신화적 존재였다. 많은 후배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은 운동권의 상징이기도 했다.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73세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이야기다. 노동계 투사였던 김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갑자기 여당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며 세간에 충격을 줬다. 적잖은 이들에게 전향 또는 타락으로 여겨진 그 사건 이후 김 장관은 국회의원 3번, 도지사 2번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6년 총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패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2016년 총선 때 보수 세력 텃밭으로 통하는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대패한 건 상당한 타격이었다.

 

김 장관은 실패 후 점점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대다수 국민이 공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거듭 부정하고 전광훈 목사와 밀착하는 등 극우 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 추모 등에 대한 막말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강성 지지층을 향한 구애가 이어졌으나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던 정치적 위상은 회복되지 않았다. 막무가내 '아스팔트 극우' 이미지만 강화될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윤석열 정부 들어 공직에 임명되며 부활했다. 2022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이어 지난달에는 장관을 맡았다. 두 번 모두 노동 운동 전설의 경력이 발탁 배경이었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보인 모습은 전설다운 품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강변하고 강제 노동 현장인 사도광산 관련 물음은 "공부를 안 해서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피해 갔다.

거듭된 반노동 행태에 대한 성찰도 없었다. "불법 파업엔 손배(손해 배상 청구 소송) 폭탄이 특효약", "민사 소송을 오래 끌수록 (노동자)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 같은 지난날의 위험한 발언을 성찰하지 않았다. 살인 무기로 불릴 만큼 위협적인 손배·가압류 남발로 인해 죽음의 고통에 내몰리는 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아픔에 대한 깊은 공감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지난달 2MBC 라디오에서 방송된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 특집 방송 이미지. [MBC]

 

김 장관이 취임한 달에 또 다른 전설도 일시 부활했다. 지난달 2일 MBC 라디오에서는 20년 만에 고 정은임 아나운서 목소리로 진행되는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일명 '정영음')가 방송됐다. 고인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복원해 제작한 이 특집 방송은 청취자의 마음을 울렸다. 1992~1995년과 2003~2004년 방송된 '정영음'의 추억도 소환했다.

'정영음'은 2004년 정 아나운서가 세상을 떠나면서 막을 내렸지만, 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전설적인 방송으로 기억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스한 시선을 견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전에 정 아나운서는 '정영음'에서 위기 상황에 놓인 노동자, 철거민 등의 아픔에 공감했다. 천문학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129일간 고공 농성을 하다 2003년 10월 생을 마감한 고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얘기도 그중 하나다.


일각에서 '노동 귀족'이라며 김 지회장을 비난할 때, '정영음'에서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아이들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마음 아파한 노동자 아버지 김주익을 조명했다.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은 손배·가압류로 인해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줄 돈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대목에서 정 아나운서는 물었다. "어떤가요. 귀족다운가요?"


그러면서 인권 변호사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했는데도 많은 노동자가 죽고 있는 현실의 역설을 지적했다. 

 

노동 문제에 대한 '정영음'의 접근법은 김문수 방식과 대조적이다. 격심한 빈부 격차, 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인구 위기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서 어느 쪽 방식이 더 울림이 있을까.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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