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홍균 칼럼] '높고 긴 불안정성' 시대···정부 적극주의로 돌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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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칼럼] '높고 긴 불안정성' 시대···정부 적극주의로 돌파할 때

UPI뉴스
기사승인 : 2023-10-17 14:01:22
이스라엘-팔레스타인戰, 美정치양극화···세계경제 불안정성 확대
외교, 군사, 공급망, 기후위기 등 공급 측면 대처 정부 적극주의 필요
정치양극화, '높고 긴 불안정성' 원천···그 해결책도 가로막아

중동을 다시 분쟁과 위기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그동안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하여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과 불안정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지난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다루어진 가장 최신의 경제전망과 거시경제정책도 이러한 외부 충격 가세로 흔들리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과 당파적 이해가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킨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전례 없는 해임 사태에서 극명하고 총체적으로 드러난 바 있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 양상, 그리고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혼돈과 심지어 고립주의(isolationism)로의 회귀 우려 또한 향후 세계 경제에 불안정성을 크게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시사적으로 전달한 '높은 금리 장기화(higher-for-longer interest rates)' 메시지를 빌린다면 세계는 지금 '높은 불안정성 장기화(higher-for-longer instability)', 또는 '높고 긴 불안정성'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중 패권경쟁의 격화를 위시하여 국가나 지역 간에 경제적 장벽이 높아지는 분절화(fragmentation)는 근 40년을 지배했던 세계화(globalization) 내지 자유주의(liberalism) 흐름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와 같은 형국은 정부의 역할을 총수요 관리에 중점을 둔 과거 모델에서 탈바꿈하여 기조적으로 변화를 모색해 나가야 할 당위성을 키운다. 표준적 모델링에 입각한 거시경제정책 등 총수요 관리가 세계화 시대의 안정적이었던 정책환경에서 잘 작동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높은 불안정성 국면에서는 총수요 관리와 함께 공급 측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정부 적극주의(government activism)가 절실해진 것이다.

이러한 정부 적극주의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처하는 균형 있는 외교 및 군사 정책,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효과적인 공급망 구조재편,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위기는 물론 에너지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탄소 포집, 저장, 전환, 활용 등 과학기술 시스템의 구축,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부응하는 산업·기술·연구의 혁신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포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는 데 따르는 역기능은 올바르지 않은 결정과 선택을 할 경우 비효율성 내지 정부실패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불안정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점은 순기능이 될 수 있다.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확대하는 정책의 입안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하여 글로벌 차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며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등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첨단 핵심 상품과 기술 등을 공급하는 시장과 생태계가 창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신뢰성 있게 약속하는 방식으로 적극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실례로 볼 수 있다.

정부 적극주의로 가는 데 있어서 정치 양극화는 큰 걸림돌이다. 비효율성이라는 정부 적극주의의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 공화당원 유권자의 80% 이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주장하는 후보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 대선에서 고립주의자를 선택지에 놓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립주의는 반드시 중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공화당은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도 친트럼프 강경파를 미는 등 미국 정치 양극화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달 방미 중이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의회 연설 요청까지 당 입장 등을 고려해 거절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구실로 결국 해임되었다. 정치 양극화는 균형 있는 정부 적극주의를 막을 뿐 아니라 추진 시에도 비효율성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자칫 선출직 권력이 '높고 긴 불안정성'의 원천이자 그 해결책도 가로막는 위기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양극화로 치닫는 정치는 반면교사로 우리에게도 교훈을 준다. 미 대선과 우리의 총선 등 선출직 권력을 뽑는 정치일정도 점차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과 함께 선출직 권력의 취약성을 교정하는 인센티브 구조의 설계가 긴요하다. 자유민주주의 룰에 입각한 국가 거버넌스의 개혁을 모색하려는 성찰이 요구된다. 그 과정에서 사회공동체의 지적 자산과 경험을 제도화(institutional memory)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지혜 축적과 두터운 사회정신적 자본은 '높고 긴 불안정성'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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