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美는 왜 한국인 '냅코' 비밀 요원들을 포로수용소에 가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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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왜 한국인 '냅코' 비밀 요원들을 포로수용소에 가뒀나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5-07-28 10:43:42
[김덕련의 역사산책 23] 냅코 프로젝트의 이면
OSS 워싱턴 본부의 극비 작전, 냅코 프로젝트
사업가, 탈출한 학병 등 19명 한반도 침투 훈련
중국 지부, 이글 프로젝트 추진…OSS 내부 갈등
일본 항복으로 두 프로젝트 모두 실행되진 않아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연해에 산타 카탈리나라는 섬이 있다. 현지인은 물론 한국인 여행객도 즐겨 찾는 유명한 휴양지다. 걸 그룹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80년 전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6월부터 3개월간 이곳은 특수 작전에 투입될 한국인들의 훈련장이었다. 작전명은 냅코(NAPKO) 프로젝트.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신인 전략사무국(OSS) 워싱턴 본부가 추진한 극비 작전이었다. 

 

▲ 미국 본토 쪽에서 본 산타 카탈리나 섬 실루엣. [위키미디어커먼스]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각지에 침투해 일본군 기밀을 탐지하고 거점을 확보하는 것 등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OSS는 외부와 차단한 상태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분야는 사격, 유격, 폭파, 무선 통신 등이었다.

작전 투입이 예정된 한국인은 19명이었다. 특수 작전 요원이니 미혼의 혈기 왕성한 20~30대가 대다수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20대 3명, 30대 8명에 40대가 6명이었고 50대도 2명 있었다. 과반(13명)이 기혼자였다.


구성도 다양했다. 우선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처럼 재미 한인 사회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던 이들이 여럿 있었다. 한국 독립을 인정받으려면 한국인이 연합군에 군사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유일한은 성공한 50세 사업가였음에도 작전 참가를 결정했다.

박순동 등 3명은 일본군 학병으로 버마 전선에 끌려갔다가 탈출해 영국군에 투항했다. 이들은 OSS의 인도 요청을 인도 주둔 영국군이 받아들이면서 산타 카탈리나에 오게 됐다. 박순동은 소설가 조정래의 외삼촌이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중심인물인 김범우가 학병이었다가 탈출해 OSS 훈련을 받는 인물로 그려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노무자로 태평양의 사이판 섬에 끌려갔다가 1944년 사이판 전투에서 일본군이 패하며 미군 포로가 된 이들도 3명 있었다. 미국 위스콘신 주에 있는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 반일적인 모습을 보여 차출됐다.

그 무렵 한국인을 활용한 미국 측의 한반도 침투 작전은 중국에서도 추진되고 있었다. OSS 중국 지부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산하 한국광복군과 합작해 진행한 이글(EAGLE) 프로젝트(일명 '독수리 작전')였다.

임정과 OSS 측은 1945년 4월 합작 문제에 최종 합의했다. OSS 측은 5월부터 광복군 요원들에게 첩보 훈련 등을 실시했다. 훈련이 끝나면 이들을 한반도에 침투시킬 계획이었다.

그런데 두 작전과 관련해 OSS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졌다. OSS 중국 지부는 워싱턴 본부의 냅코 프로젝트로 인해 이글 프로젝트까지 실패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조율 없이 두 프로젝트를 각기 추진한 탓에 결국 작전 관할권 등이 논란이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작전 실행이 지체됐다. 그러다가 그해 8월 미국의 원폭 투하 후 일본이 항복을 선언했다. 두 프로젝트 요원들은 작전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의 냅코 프로젝트 요원 처리 방식이다. 19명 중 재미 한인들은 집으로 돌려보내면 되니 문제될 게 없었다. 문제는 학병이었다가 영국군에 투항한 3명과 노무자로 끌려갔다가 포로가 된 3명이었다.

미국은 이 6명을 하와이에 있는 포로수용소로 보냈다. 특수 작전 요원이라며 훈련시키다가 한순간에 얼굴을 바꿔 '너희는 일본군 포로다'라고 낙인찍고 가둔 것이다. 포로를 자국의 전쟁 목적을 위해 동원하는 것은 제네바 협약 위반이었다. 이를 알면서도 동원했던 미국은 전쟁이 끝나자 이들을 포로수용소에 가둬 문제를 덮으려 했다.

6명, 그중에서도 특히 OSS 요청을 받고 인도에서 이집트를 거쳐 대서양과 미국 본토를 가로질러 산타 카탈리나까지 온 학병 출신 3명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냅코 프로젝트 이면의 차가운 국제 사회 현실을 보여준 이 장면을 이 프로젝트의 의의와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 16일 국사편찬위원회는 광복군과 OSS의 연합 작전 사료를 일부 공개하고 관련 자료를 향후 전면 수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에 더해 냅코 프로젝트 관련 자료도 많이 발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산타 카탈리나를 찾는 한국인 가운데 냅코 프로젝트 요원들의 뜨거운 항전 의지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었으면 한다.

△주요 참조=김광재 논문(「한국광복군의 한미공동작전과 의의」, 『군사』 52, 2004), 정병준 논문(「朴順東의 항일투쟁과 美 전략첩보국(OSS)의 한반도침투작전」, 『지방사와 지방문화』 6, 2003), 차현지 논문(「유일한의 미주 독립운동과 고려경제회」, 『한국근현대사연구』 106, 2023)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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