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윤주의 주마등] 정치 멸종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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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 2025-09-05 15:09:10
아이 국회 데려간다는 남편에 "싸우는 곳에 왜"라는 말 먼저 나와
매일 고성·욕설 난무한 '여의도 전쟁' 소식…당대표간 갈등도 격화
유튜브 탓 더 극단적으로…콘텐츠 접한 아이들, 분별 없이 따라해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사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KPI뉴스 편집부]

 

▶ 작년 겨울방학,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국회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어린이 박물관과 본회의장 참관 신청을 해놨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부정적인 생각부터 떠올라 물었다. "국회? 맨날 치고받는 곳에 애를 데리고 가도 돼?" 그러자 남편은 본회의를 참관하는 것은 아니라며 안심시켰다. 이후, 견학하고 온 아이는 "국회는 의원들이 법을 만드는 곳"이라며 신나서 설명했다. 맞다. 이론상으론 그렇다. 하지만 어른인 내 인식엔 어느새 '국회의원들이 법 대신 싸움을 만드는 곳'이 돼버렸다. 아이가 현실을 모르는 게 다행이다 싶다.

 

▶ 국회는 여전히 싸움터다. 계엄 이후 새 대통령이 탄생했고 불안정한 국정이 제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여의도 전쟁' 소식이 들려온다. 여당과 야당이 만나면 악수로 시작해서 고성과 욕설로 끝난다. 복도 바닥에 앉아 길을 막고, 회의 중에 뛰쳐나가기도 한다. 이 촌극은 이미 정기국회 첫날부터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여당 의원들은 '한복'을 입고 야당 의원들은 '상복'을 입었다. 이후에 있을 '협치 사망'을 보여준 예고편이다. 현안 관련 논의는 뒤로 미뤄놓고 기싸움만 해댄다. 부끄러움은 보는 국민만 느끼는 듯하다. 균형 없는 시소를 탄 기분이다. 덕분에 어질어질하다.

 

▶ 갈수록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은 그들의 '수장'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모두 '강경파' 대표가 선출됐다. 처음부터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척결"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권 폭정"을 내세웠다. 둘의 연설을 들어보면 마치 당 대표가 아닌 '전쟁 지휘관' 같다. 전쟁 나가기 전 결의를 다지는 느낌이다. 어떤 연설이든 속뜻은 "저쪽을 깨부셔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같다. 그 덕분인지(?) 두 대표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3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무수행 부정평가에서 장 대표 51.9%, 정 대표 49.5%를 기록했다(응답률은 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포인트).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게 없다지만, 그들의 싸움은 불편하기만 하다.

 

▶ 그 재미없는 싸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극단 유튜버들이다. 보수·진보 강성 지지층들은 싸움을 부추긴다. 두 대표 당선에 유튜브 공이 컸듯 그들에겐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문제는 유튜브 정치 세상이 극단적이고 편향적이란 것이다. 선동하고, 비난하고, 혐오하는 것이 일상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른 채 소비된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도 정치를 유튜브로 배운다. 인기있는 정치 콘텐츠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과장되게 비판한다. 아이들은 그걸 단순하게 받아들인다. 교실에선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밈이 유행하고, 단순 행동으로 서로의 '사상'을 규정 짓는다. 제대로 배우고 나서 개인의 정치적 선택은 존중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멋모른 채 배워 뜻모른 채 쓴다. 결국 어른의 책임이다. 국회에선 매일 싸우고 유튜브에선 매일 욕하니 배울 게 없다. 사회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정치'가 되레 사회질서를 어지럽게 한다. 정치는 사라지고 전쟁만 남았다. 우리는 지금 '정치 멸종 국가'에 살고 있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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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기자
김윤주 기자 '주마등(走馬燈)' 세상을 살아가며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글로 적습니다. ▲ 지역신문컨퍼런스 젊은기자창 부문 대상(2014) ▲ 한국기자협회 에세이 공모전 대상(2020) ▲ 한국기자협회 정론직필 사행시 공모 장려상(2021) ▲ 한국기자협회 기자의 세상보기 시 부문 장려상(2022) ▲ 한국편집기자협회 제250회 이달의 편집상(2022) ▲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우수회원상(2023) ▲ 칼럼 [김윤주의 酒절주절] 2017~2018년 연재 ▲ 칼럼 [충청로2] 2018~2024년 연재 ▲ 칼럼 [김윤주의 주마등]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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