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상징어를 알면 일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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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어를 알면 일본이 보인다

윤흥식
기사승인 : 2018-07-30 12:34:07
광복절 앞두고 나온 '상징어와 떠나는 일본 역사문화기행'
99개 열쇳말로 일본 역사와 문화 세밀하게 파헤친 역작

해마다 3·1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대중매체에는 ‘지일(知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특집기사와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일본, 알야야 이긴다' ‘일본에는 한국 전문가가 넘쳐나는데, 한국에는 왜 일본 전문가가 없나?' 같은 기사들이 그것이다.

 

▲ '상징어와 함께 따나는 일본 역사문화 기행' 표지(사진=남궁은)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이런 지적과 반성이 ‘말’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러니 3·1절에 했던 자탄을 광복절에 되풀이하고, 다음번 3·1절에 다시 한번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한일 양국의 격차는 더 벌어져간다.

그런 의미에서 40년 이상 ‘일본문화’라는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조양욱 일본문화연구소장(66)의 존재는 우뚝하면서도 소중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뒤 일본 언론사 국내 통신원과, 국내 언론사 도쿄 특파원을 지낸 조 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일본 전문가이다.

일본과 관련된 아무런 공직도 맡지 않은 채, 어떤 기관의 후원도 받지 않은 채, 오직 단독 연구자이자 저술가로서 평생을 일본연구에 바쳐온 그가 40년 동안 짓고 번역한 일본 관련 저서만 마흔 권이 넘는다.

그는 3·1절이나 광복절에 가장 빈번히 언론의 호명을 받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아무리 정성껏 인터뷰에 응해도 다음해 같은 시기에 같은 언론사 다른 기자가 똑같은 질문을 던져 오리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아는 사람이다.

그가 40년 일본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일본문화 입문서를 펴냈다. <상징어와 떠나는 일본 역사문화 기행>(엔북)이 그것이다.

▲ 상징어와 떠나는 일본역사문화 기행은 99개의 키워드를 통해 일본 문화의 속살을 파헤친다.(사진=남궁은)



왜 상징어인가. 오래 전 발간된 <한국문화 상징사전>(동아출판사) 에서 소설가 이어령은 이렇게 적었다.

“한 나라의 민족이 지니고 있는 마음속의 상징체계는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없다. 수천 년, 수만 년 살아오는 동안에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 내려온 문화의 앙금이기 때문이다.”

조양욱 소장이 상징어를 통해 ‘일본’이라는 실체에 다가서고자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와 닮았으되 닮지 않은 일본과 일본인을 그네들 특유의 키워드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지일(知日)’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집필동기가 됐다.

 책은 99개의 키워드를 통해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이런 식이다.

‘란도세루’는 일본 초등학생들의 필수품이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은 거의 값비싼 이 책가방이다. 그것이 130여 년 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황태자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헌상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일본 교육사 전반을 살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은메달에 그친 이상화가 펑펑 운다. 금메달이 확정된 고다이라 선수가 다가가 한국어로 “잘했어!”라면서 달랜다. ‘간바로’(힘내자, 잘하자)라는 키워드를 정확히 이해할 때 이 일본 선수의 말과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온전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근 반세기 가까이 ‘일본’을 붙들고 지내온 저자가 고른 열쇳말 99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를 들여다보는 고배율 렌즈 구실을 한다.

조 소장은 ‘저자의 말’에서 “여론몰이에 능한 정치꾼들이 일쑤 써먹는 무작정 반일(反日)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몸소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게 으뜸”이라며 “애증(愛憎)을 접고, 내 눈의 들보부터 치워야 비로소 일본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적었다.

소설가 한수산은 추천 글에서 “조양욱은 한일 사이에 놓여 있는 언어의 징검다리다. 우리가 그를 소중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랜 시간 일본 탐구와 지속적인 응시를 통해 이뤄진 적확한 진단 속에서 농익어 우러나온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그의 책을 읽노라면 어느 새 일본이 바로 옆에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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