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비건, 임종석·윤건영 '콕' 찍어 면담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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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임종석·윤건영 '콕' 찍어 면담한 속내

김문수
기사승인 : 2018-11-01 12:31:42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한 동선 '상궤' 벗어나
靑 '사실 숨겨오다가 언론 보도로 드러나자 뒤늦게 시인'
임종석·윤건영 먼저 만난 비건…남북 속도 '경고' 메시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동선이 '상궤'를 벗어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지난 29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9일 한국을 방문한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자신의 대북정책 카운터파트(counterpart)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목해 만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건 대표가 전날(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기 전에 윤건영 상황실장을 면담했다"며 "미국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30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했다. 하지만 앞서 윤건영 실장을 먼저 찾았다. 미국의 북핵 외교담당자가 카운터파트가 아닌 직접 연관성이 더 적은 국정상황실장을 먼저 만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물론 임 실장과 윤 실장 모두 대북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카운터파트에 앞서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물들을 먼저 만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려는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대북제재 틀 속에서 추진 중인 북미 비핵화 협상 속도에 보조를 맞추라는 미국의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직책상 1~3차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총괄 실무 비서실이 국정상황실"이라며 "윤 실장은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 입장에서는 만나야 할 청와대의 실무책임자로 보여진 것 같다"고 군색한 말을 했다.

그러나 대북특사단장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누구보다 깊이 관여했던 정의용 실장을 제쳐두고 특사단 일원에 불과한 윤 실장을 먼저 만난 것은 쉽게 누가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련 소식을 숨겨오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뒤늦게 시인했다는 점에서 비건 대표와 윤 실장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비건 대표의 방한 성과에 대한 미 국무부의 발표를 보면 이번 방한 목적이 공고한 대북제재 유지를 위한 미국의 입장을 주지시키기 위한 것이었음이 더욱 명확해진다.

특히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비건 대표의 방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한미 간에 비핵화 노력과 제재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 사업에서 긴밀한 조율을 강화하기 위한 '워킹 그룹(실무협의체)'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한미 간에 '더욱 긴밀한 소통을 위해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표면적으로 밝혀왔던 '한미공조'로는 미국이 턱없이 부족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남북관계에 속도에 안달하는 우리 정부에 미국이 관여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가 조금 더 긴밀한 소통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까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워킹 그룹이) 나온 것"이라며 "그에 대해서 우리 정부도 동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이러한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최근 문 대통령이 펴고 있는 '조건부 제재 완화론'에 미국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남북철도 연결', '북한 양묘장 현대화'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정작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서 마주한 대북제재의 사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북이 10월에 진행하기로 합의한 각종 행사와 회담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도 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대화에서 다음주 북한 당국자를 만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 문제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스티브 비건이 이번 방한에서 남북 경협속도조절에 경고메시지를 던진 것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고위급회담의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건의 상궤를 벗어난 방한 목적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한다는 문 대통령의 '두 바퀴 평화론'도 미국의 동의 없이는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김문수 기자 moonsu4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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