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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가 '기레기'입니까?

김문수
기사승인 : 2018-12-03 11:23:39
기레기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
네티즌, 기자를 '기레기'라고 조롱
누구도 반박못해…진짜 기레기인가

 

▲ 김문수 국제 에디터

네티즌들은 왜 기자를 '기레기'라 부를까.

 

요즘 댓글에 기레기라는 단어만큼 자주 등장하는 말도 드물다.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 합성어다. 뉴스 생산자가 정보화 사회를 선도하는 네티즌으로부터 천박한 언어로 조롱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반박하지 않는다. 아니 입도 벙긋 못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진짜 기레기여서 인가.  

 

 

네티즌이 기레기라 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사실을 부풀리고 왜곡하는 가짜뉴스가 원인이다. 가짜뉴스는 저널리즘의 품위를 여지없이 짓밟는다. 사안에 따라 범죄행위다. 네티즌은 공정성을 상실한 채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를 기레기란 이름으로 희화화한다.

기레기가 인터넷 뉴스에서 공론화된 것은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면서라고 한다. 재난 속보를 다루는 언론의 몰상식한 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기레기란 ‘훈장’을 달아 준 셈이다.

 

당시 기자들이 세월호 침몰 사건을 취재하며 짜깁기와 왜곡으로 인해 현장 시민과 네티즌의 빈축을 샀다. 이후 기레기란 말이 댓글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건은 단지 기레기 탄생의 기폭제였을 뿐이다. 한국 언론의 역사를 돌아보면 암울하다. 그 암울함 속에 이미 기레기가 잉태돼 있다.

'권언유착'은 독재와 군부 시대를 거치면서 만연했다. 이 기간 언론은 정권의 어릿광대 나팔수였다. 국가가 두 번씩이나 기자들의 집(1969년 은평구 진관외동 기자촌, 1984년 강남구 일원동 기자 아파트)을 지어주었다. 세계 언론사에 유례가 없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절 언론은 정권의 '시녀'로 특혜를 톡톡히 누렸다. 등 따시고 배불렀다. 의식 있는 시민은 좌절했다. 민주화 시대를 맞아 분연히 '정론'을 외쳤다.

한겨레신문 '탄생'도 세계사에 유례가 없다. 기존 언론의 '하수인' 노릇에 절망한 시민들이 '바른말 하는 신문과 옳은 글'에 희망을 걸었다. 이들의 한푼 두푼이 금자탑의 밑돌이 돼 국민적 성원 속에 창간됐다.

 

하지만 지금 "그랬던 한겨레가...", "한겨레 너마저도..."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땅에 '정론'은 활착하지 못했다.

언론의 냄비근성은 사안의 이면을 못보는 통찰력 부재에서 비롯된다. 열전도율이 높은 냄비처럼 급히 달아올랐다가 빠르게 식어버린다.

 

2002월드컵 4강신화를 쓴 히딩크를 보라. 선수조련 과정에서 한번 잘 싸운 경기에 영웅이 되었고, 한번 실수한 경기에 경질설이 난무했다. 냄비근성의 극치를 보였다.

 

어디 그뿐인가. 정권 초기엔 서로 줄을 서고 나팔수가 됐다가, 힘이 떨어지면 짓밟는 야비함은 어떤가. 한국 언론의 냄비근성은 지역감정 못지않은 망국병이다.

진영논리는 한국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의 부재 때문이다. 언론 본연의 가치인 공정성이나 객관성보다 진영논리가 우선이다. 뉴스를 판단하는 가치 기준이 진영논리에 매몰된다. 한국 언론은 좌우로 편재돼 가자미눈으로 서로를 흘기며 뉴스를 만든다.

고금(古今)의 기자 모두가 기레기는 아니다. 언론 가치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차가운 거리로 내몰린 기자도 있다. 그들은 참언론을 위해 우직했다. 또 햇병아리 기자는 아직 기레기가 아니다. 다만 기레기 인큐베이터에서 배양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지금 우리는 사교(먹고 마시고 골프치고 해외여행)를 우리 자신의 돈으로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기레기다. 자성하자. Better late than never.

 

KPI뉴스 / 김문수 국제 에디터  moonsu4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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