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상조,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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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서다

온종훈
기사승인 : 2019-07-01 11:06:43
"일자리와 소득 등 국민 체감하는 분야 성과 내겠다"
'일관성과 유연성 ' 조화 이뤄 경제살리기 가능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당사자가) 요청해 오면 만나겠다."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신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21일 공정거래위원장 이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금요일 저녁 나온 이 발언은 23일 알려지면서 월요일 아침 조간신문들의 제목으로 뽑혔다.


그러나 정작 이 발언은 재벌총수와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원하시면 누구라도 만날 것"이라는 일반적 답변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 부회장을 만나겠다는 것도 이 부회장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질문에 대해 '요청해오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한 답변이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답변인데도 김 실장 취임 이후의 청와대의 정책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뉴스'가 됐다.

현 정부에 입각하기 전부터 '재벌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은 데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공정경제'라는 모토로 재벌개혁을 진두지휘해온 그가 앞으로 재벌들과 '소통'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정도가 이날 발언의 실상이다. 전임 김수현 실장도 "누구든 만나고 어디든 찾아 가겠다."고 취임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발언은 경제계에서는 '친기업'은 아니더라도 최소 '반기업'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기대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J노믹스)기조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김 실장은 이 발언에 앞서 "김상조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가면 왜 기업 기(氣)를 꺽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전임자에 비해 기업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충분히 듣고 협의하고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갈 것이며 이것이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는 김 실장이 원래 '시장주의자'였으며 큰 방향은 아니더라도 정책 운용의 묘(妙)를 발휘해 시장과 기업 친화적인 접근을 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등 청와대 경제 라인의 교체로 J노믹스 정책기조에는 변화가 생기는 걸까. 김상조 실장의 메시지는 여전히 불분명하고 주요 사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는 있으나 어떤 식이든 변화는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재인 경제팀 2기인가 2.5기인가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자리, 경제, 사회 등 세 수석실을 관장하고 경제와 과학기술보좌관을 직할로 두고 있다. 정부 부처로는 기획재정, 산업, 고용노동, 중소벤처, 과기정통, 공정위, 금융위 등 경제 부처뿐만 아니라 교육, 보건복지, 문화, 여성가족 등 사회 문화 부처까지 광범위하다. 이 중에도 경제 부총리와 팀을 이뤄 정부의 경제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한다.


정책실장은 엄연히 말하면 대통령의 비서 조직이기 때문에 정책 기조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법령과 정책 발의권은 없다. 다만 국정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조율자인 청와대 역할을 감안하면 그 역할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팀으로 볼 수 없고 2.5기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김동연-장하성, 홍남기-김수현 라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실장도 이를 의식해 25일 청와대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정책 콘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다."면서 "각 부처 장관께서 야전사령관이고 청와대 정책실장 역할은 병참기지다. 홍남기 부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현장에서 충실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후선에서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임 김수현 실장도 이 부분에서 '원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제활력 살리는 '일관성과 유연성 사이'의 김상조식 균형잡기

김 실장은 '일자리와 소득'을 자신이 맡은 경제팀이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2.5% 안팎 인데다 미중 분쟁 등 대외불확실성으로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와 소득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겠다는 것은 어느 면에선 성장 드라이브로 읽힐 수도 있다. 실제 주력 상품인 반도체의 수출 급감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기업의 국내 투자 외면이 갈수록 심화 되는 현실에서 결국 ‘마중물’인 재정투자를 하지 않고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올릴 방안은 딱히 없다.


실제 김 실장은 관료이기도 했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를 언급하면서 "사실이 달라지면 나는 생각을 바꾼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책실장이 담당하는 경제 정책에서 유연한 접근을 강조한 맥락이다.


결국 J노믹스의 3대 축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은 분리될 수 없이 한 몸이지만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혁신성장에 주목하면서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경제패러다임의 전환과정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사람중심 경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있으며 현재 경제 난맥도 이 과정의 '굴곡'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의 성공을 위해 "일관성과 유연성이라는 상반된 기준을 조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실장이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조정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정책 등에서 경제 주체들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노동정책, 탈원전(에너지 전환정책), 재벌정책 등에서 노사단체는 물론 기업 규모와 개별 기업별로 다른 관점에서 김 실장이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며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민주노총의 대정부투쟁, 재벌개혁의 향후 방향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하고 후일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했다. 또 임명당일 중소기업, 중견기업 단체들은 김 실장이 교수 시절부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일감 몰아주기 근절과 상생협력에 주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 실장은 임명 사실을 통보받은 후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을 웨스트라이프의 노래 '유 레이즈 미 업'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국민이 나를 일으켜 세워 줄 것이라는 낮은 자세에서 소통행보를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소통행보도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 책임도 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삼성저격수'에서 '재벌개혁 지휘자'로, 이제는 침체하는 한국경제를 살려야 하는 구원투수로 나선 김 실장의 어깨가 무겁다.

온종훈 기자 /ojh111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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