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인터뷰] 가수 조영남 "나는 재미스트, 남는 시간은 그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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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수 조영남 "나는 재미스트, 남는 시간은 그림 그린다"

박상준
기사승인 : 2024-12-22 16:53:37
최근엔 '쇼펜하우어 플러스'라는 철학에 관한 책도 펴내
당파싸움 긍정적으로 본다...갈등 극복할만큼 국민수준 높아
20일 청주 쉐마미술관에서 초대전 '유쾌한 예술실험' 개막

한때 화투를 소재로한 '대작(代作) 논란'으로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수 조영남 기획초대전이 '유쾌한 예술실험'이라는 타이틀로 김재관 작가(전 청주대예술대학장)가 관장으로 있는 청주 내수읍 쉐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장에서 조영남 작가.[KPI뉴스]

 

오프닝행사가 진행된 지난 20일 오후 미술관은 귀도 호강하고 눈도 즐거운 '일타 쌍피'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미니콘서트가 끝난 뒤 조영남이 최근에 펴낸 '쇼펜하우어 플러스'를 전시회장에서 구매한 관람객들은 사인을 받기위해 긴 줄을 섰다.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색 군용야전 점퍼에 모자를 쓴 조영남은 79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래 4곡을 부른 뒤에도 활기찬 얼굴로 마치 그림 그리듯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가져온 책을 완판시킨 조영남은 인터뷰에 앞서 기자가 "가수이고 작가이며 저술가인데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떼자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그냥 형님이라고 부르면 된다"며 씩 웃었다.

 

-청주에서 기획초대전을 갖는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심도 아닌 한적한 전원에 위치한 쉐마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게된 배경이 궁금하다.

"관장인 김재관 작가와는 오랜 친구 사이다. 40여 년 전인 80년대 초반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김 작가가 대청호국제환경미술제의 초대 커미셔너였는데 당시 내가 철로 만든 '원두막'이라는 제목의 설치미술작품을 출품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이후 내가 틈틈이 그림을 그렸고 당시의 상호 교감이 오늘의 쉐마미술관 전시까지 이어졌다"

 

-조 작가는 한때 화투그림의 대작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지금은 당시의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나.

"내가 처음 그림을 그릴 땐 딴따라 광대가 무슨 미술을 하느냐며 개무시할 때다. 특히 조수 기용이라는 미술 사기범으로 재판에 몰리는 바람에 그나마 쥐꼬리만큼 있는 미술계의 평판이 추락했다. 그때 나를 화단에서 나를 옹호해준 작가가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인 김병종 작가, 홍익대 미대 학장을 지낸 이두식 작가, 그리고 김재관 작가였다. 6년간 재판 기간동안 유배나 다름없는 생활을 겪었지만 그 기간 좋아하는 그림을 원 없이 그렸다. 이후 재판을 통해 가수 나부랭이인 나는 정식 화가 반열에 올려 놓아준 계기가 됐다"

 

▲조영남 초대전 '유쾌한 예술 실험' 포스터.[쉐마미술관 제공]

 

-쉐마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도 조수와 함께 그렸나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2003년부터 꾸준히 그려온 소장품으로 조수가 참여한 그림은 3점 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시간 날 때마다 내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이다"

 

-조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면.

"나의 미술은 현대미술 중에서도 콜라병을 그린 앤디 워홀이나 미국 성조기를 그린 자스퍼 존스 타입의 팝아트 계열에 속한다. 나는 음악에선 팝송 싱어이듯 미술에선 팝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알아먹기 쉬운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다"

 

-요즘엔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조 작가처럼 가수생활을 하면서 작품 활동에 적극적인 사례는 흔치 않다.

"가수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생업이고 밥벌이로 하다보니 신경이 거슬리는 일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쌓였다. 그래서 취미를 살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난 유년 시절부터 음악과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땐 담임선생님이 학적부 비고란에 '음악과 미술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고 적기도 했다. 고교 땐 미술부장도 했다. 나름 재능이 있는거다. 가수를 하면서도 작품에 몰입하면 모든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작품 자체도 인정받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열심히 그린다"

 

미국 뉴욕의 미술전문잡지 '아트뉴스' 2022년 9월호에서 백남준, 애드 미놀리티(아르헨티나)와 함께 '기하학적인 추상작품'으로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던 김재관 작가는 조영남에 대해 "그가 좋아하는 그림 소재는 '화투'이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매우 익숙하고 친숙한 이미지다. 화투를 누구나 그리고 싶어해도 결심을 못한다. 그것이 과연 소재가 될까하는 의심 때문이다. 화투처럼 대화 주의적이고 다어성(多語性)을 지닌 소재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영남 작가에겐 화투가 지닌 속성과 피상적 이미지가 모두 훌륭한 주제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전시회장에서 조영남 작가.[KPI뉴스]

 

-최근에 '쇼펜하우어 플러스'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이전에 '현대인도 못알아먹는 현대미술', '이 망할놈의 현대미술'를 펴내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에 철학서를 내게된 동기가 있나?

"처음에 출판사 사장이 원한 것은 내 자서전이었다. 하지만 난 별로였다. 대신 출판계가 '쇼펜하우어 열풍'이 분다는 말을 듣고 서점에서 여러 권의 책을 사서 읽으면서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문장력도 최고일뿐만 아니라 내용도 '니체'와 '키르케고르'의 사상보다 한 수 위로 보여 내 탐구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철학서와 달리 내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메시지를 재해석했다. 독자의 반응도 좋고 책도 잘 팔린다"

 

-민감한 질문을 두가지 던져보겠다. 우선 조 작가는 왜 이혼이후 잘나가는 전 부인(배우 윤여정)에 대해 언급해 비난을 자초하는가.

"난 누가 물어보지 않는 것에 대해선 굳이 얘기하지 않는다. 윤여정 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는다면 솔직히 대답하는 편이다. 기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민감한 질문을 던지는 거고 난 그냥 내 의견을 말할뿐 이다. 실례로 2021년 4월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을 때 기자들이 전화로 물어보길레 "바람핀 남자에 대한 우아한 복수다"라고 했는데 그 이후 2년간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일은 미국과 일본에선 뉴스거리도 안 된다"

 

-어수선한 시국이다. 비상계엄에 대해 영화계에선 성명까지 발표하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국론이 분열되고 여야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조 작가는 이에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교과서에는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을 망국의 지름길인 것처럼 표현했다.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나라가 성숙해지려면 더 치열하게 대립하고 싸워야 한다. 한동훈과 이재명도 마찬가지다.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애국을 외치고 나라를 위한다고 한다. 갈등과 분열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국민들은 이런 모든 것을 극복하고 더욱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조영남은 스스로를 '재미니스트'라고 했다. 그는 "남들이 남는 시간에 낚시, 바둑, 등산하듯 나는 제일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뿐"이라고 했다. "신(神)은 우리에게 재밌게 살 권리를 부여해 주었다. 나 너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의 저서 '쇼펜하우어 플러스'에 나온 대목이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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