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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이 소환한 1962 주가 조작…도이치모터스는?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4-05-24 16:24:55
[김덕련의 역사산책 ③] '수사반장 1958'에 비친 1962년 증권 파동
5·16 세력 4대 의혹 사건 중 하나…배후세력은 김종필의 중앙정보부
피해자 5000여 명, 처벌은 0명…면죄부 받고 여당 국회의원 되기도
무죄에 국민적 공분 일으켜…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조사 철저히 해야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 얼마 전 막을 내렸다. 1970~1980년대 인기작 '수사반장'의 부활로 화제가 된 이 드라마는 몇몇 회차에서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소재로 삼은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 '수사반장 1958' 포스터. [MBC 제공]

 

그중 하나가 1962년에 발생한 증권 파동이다. 증권 파동은 5·16쿠데타 세력이 일으킨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인 4대 의혹 사건 중 하나다. 새나라자동차 사건, 워커힐 사건, 회전 당구기(일명 '파친코') 사건과 비교해 가장 심한 풍파를 일으켰다.


증권 파동은 작전 세력이 주가를 조작해 국민들을 등쳐 먹은 사건이다. 조작극의 주요 실행자는 일흥증권 사장 윤응상과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연구실 행정관 강성원 소령이었다.

윤응상은 강성원의 전폭적 지원 아래 주가를 폭등시켜 개미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다음 개미들에게 주식을 가장 고가 수준인 상투에서 파는 등의 방식으로 엄청난 돈을 긁어모았다. 모인 돈의 상당 부분은 나중에 박정희 정권 시절 여당이 되는 민주공화당을 몰래 사전 조직하고 있던 이들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작전 세력이 활개를 치면서 주식 시장은 투기 과열 상태가 됐다. 결국 1962년 5월 주식 거래 대금 결제 불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증권 파동이 일어났다. 피해를 본 투자자가 5000명이 넘었다. 주식 시장은 망가졌고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된 이 사건의 배후에는 박정희와 더불어 쿠데타를 주도한 실세 김종필(육사 8기)이 이끄는 중정이 있었다. 막강한 권력 기관인 중정과 증권 파동의 관련성은 당시 두 기관의 조사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그중 한 기관은 지금의 감사원 격인 국가재건최고회의 감찰위원회다. 나중에 주월 한국군 사령관을 맡게 되는 감찰위원장 채명신(육사 5기)은 중정 위세에 굴하지 않고 철저히 조사했다. 그는 훗날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5·16정권의 증권 파동 등 4대 의혹 사건에 빠짐없이 관여하는 등 부패의 온상이자 복마전의 극치였다."


채명신이 4대 의혹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자 김종필 중정부장이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채명신의 회고에 따르면, 김종필은 채명신을 찾아가 "선배님이 혁명 동지들을 감싸주셔야지 자꾸 목을 치면 불안해 어디 일을 할 수가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채명신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거사한 것은 마적단처럼 약탈한 재물을 나눠 먹자고 한 게 아니오. (중략) 난 주어진 직책이니 부정부패 척결에 매진할 뿐이오."

중정과 증권 파동의 관련성을 확인한 또 다른 기관은 다름 아닌 중정이다. 중정은 1963년 김종필과 대립하던 김재춘(육사 5기)이 부장으로 부임한 뒤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4대 의혹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증권 파동 관련자로 12명이 구속되고 1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그중 3명이 중정 쪽 사람이었다. 강성원과 전 행정차장 이영근, 관리관 실장 정지원이었다. 강성원과 이영근은 김종필 측근으로 꼽혔다.


중정이 1963년 육군본부 보통군법회의에 보낸 송치서에 '김종필이 증권 파동을 주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 2005년 확인되기도 했다. 김종필은 이 사건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떠한 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 재판에 회부된 중정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1963년 6월 27일 육군본부 보통군법회의는 이들의 행위를 "애국적 충정으로 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면죄부를 받은 강성원과 이영근은 몇 년 후 여당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다.

주가 조작 세력에 대한 무죄 선고는 권력 최고위층의 뜻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 판결은 분노와 허탈감을 불러일으켰다. 김재춘은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온 국민은 철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권력형 사기, 약탈, 횡령을 옹호하고 부추기는 처사'라고 아우성을 쳤다."

'수사반장 1958'에도 그러한 분위기가 묘사돼 있다. 증권 파동 관련 사건 수사가 마무리된 후 김상순 형사(이동휘 분)와 박영한 형사(최불암 역할, 이제훈 분)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씁쓸한 표정으로 퇴장한다.

"해결을 한 건지 만 건지 모르겠어요. (중략) 이거 완전 개판이에요."(김상순) "에이, 세상이 변했다는데 힘없는 사람만 나자빠지는 건 똑같네."(박영한) "세상이 변해도 큰 도둑들은 어떻게 더 늘어난 것 같애."(김상순) "니 말이 맞다."(박영한)

 

▲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제작진이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사반장 1958'을 보며 2024년 한국을 떠올린 이들이 적지 않았을 듯싶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짙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4년이 넘도록 소환 조사 한 번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말이다.

증권 파동의 전모를 밝히지 못한 것을 박영한 형사가 안타까워하자, 김상순 형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우리가 해결하기 힘들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저~ 위에서 버티고 있는데." 권력 최고위층이 진실 규명을 막고 있음을 말하는 이 장면을 보면서 2024년 한국과 무관한 이야기라고 여긴 시청자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1962년 증권 파동은 진실이 묻히고 사건 관련자들이 오히려 출세하는 어이없는 결말로 막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결말은 증권 파동과는 달라야 한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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