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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낙관과 근거, 김정일 결단 이끌까

김당
기사승인 : 2018-12-03 23:50:07
트럼프 메시지 공개하며 김정은에게 공개리에 ‘결단’ 촉구
서울 답방과 선제적 비핵화→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타임 테이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 "연내 답방할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는 문제겠죠"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12월 1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답방의 가능성을 묻자 이같이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할지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는 문제겠죠. 그것은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합시다.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지금 우리가 가는 방향에 대해서 자신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가장 결정적 고비는 역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근거들

문 대통령이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든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에 대해서도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데 같은 인식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이 이루어지기 전에 남북 간에 답방이 이루어지면 혹시라도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없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서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고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와 날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추진하는 것이 미국측이 말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병행'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했는데 이번 회동에서 그런 걱정을 말끔히 덜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 해석하면, 그동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위해 북미 정상회담 뒤에 답방을 추진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자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할 경우에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면서 메시지 내용도 밝혔다. 그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아주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김 위원장을 좋아하고, 그런 만큼 김 위원장과 함께 남은 합의를 마저 이행하기를 바라고, 또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자기가 이루어주겠다"는 것이다.

중재자나 메신저가 한 국가의 정상이 다른 정상에게 전해달라는 메시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트럼프에게서 자신의 메시지를 공개해도 좋다는 의사를 확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러브 콜'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트럼프는 G20 회의에 가서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정과 존중"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가 여전히 미국의 역대 정부에서 하지 못한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진전을 이뤄냈다는 자부심을 내세우고 있는 점도 김 위원장의 답방 분위기 조성에 우호적인 요인이다.

트럼프도 '에어포스 1'에서 "김정은과 내년 1~2월에 만날 것"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G20 회의를 마치고 귀환하는 길에 1일 '에어포스 1' 기내에서 "2차 정상회담이 내년 1~2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며, 세 군데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과 우리는 좋은 관계다"면서 "일정 시점에(at some point)" 김 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의 발언이 전해지자 청와대는 즉각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했다. 국내에 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 의제와 일정이 조속히 확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은 그 뒤에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환경이 연내 답방 가능성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가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이루어주겠다"고 한 전언에서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가 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것은 중재자인 자신의 몫이 아니고 트럼프의 몫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상응조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비핵화에 진도를 내면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된다는 것인데, 상응 조치라는 것이 반드시 제재의 완화 또는 제재의 해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몇 가지를 예를 들었다.

"예를 들면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일종의 상응조치일 수가 있고, 인도적인 지원을 하거나 스포츠나 예술단이 오가는 비정치적인 교류도 있을 수 있고, 이번처럼 남북 철도 연결에 대비한 사전조사 작업을 미리 하는 조치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도 (상응조치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예로 든 것 중에서 북한 예술단의 방남을 제외하면 한미 또는 남북간에 이미 이뤄졌거나 진행중인 사안들이다. '한미 군사훈련의 연기·축소'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당근이고,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종전선언'은 북한과 미국 모두를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얼마 전부터 상징적인 '종전선언'보다 실리가 담긴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트럼프 메시지의 의미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3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 G20 양자정상회담 접견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1차적 관심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에 호응할 지다.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양가(兩價)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고 했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현 단계에서 확인된 것은 대북제재의 유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한미 정상은 의견을 함께 했다.

이 같은 미국의 기류에 비춰 제재 유지 기조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를 꺼낸 김 위원장이 상응조치의 높이를 낮추거나, 제재 완화를 끌어낼 핵신고와 검증, 보유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폐기 등에서 추가적 조치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김정은을 향해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의 고위급·실무 협상이 교착된 상황을 지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돌파하는 이른바 '톱다운'(Top down, 정상간에 합의한 뒤 실무진에서 후속협상을 하는 방식) 외교로 풀어가자는 제안이다.

이는 북한이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미국도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 역시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할 경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포함된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다시 공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던져졌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결단은 그의 몫이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그 자체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결단을 촉구한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로서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인 메시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 등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사전에 "국내 문제는 질문을 받지 않고 외교에 관해서는 뭐든지 아는 대로 답변하겠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국내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외면하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경호와 안전 문제까지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북한에서 가장 신경을 쓸 부분이 경호나 안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부분은 우리가 철저하게 보장을 해야죠. 그리고 경호나 안전의 보장을 위해 혹시 교통 체증이나 불편이 초래되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들께서 조금 양해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3일 한 강연에서 연내 답방 논의와 관련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먼저 하고, 이후 내년 1~2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라는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면서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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