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정부, 식품기업에 '가격 인하 압박'…외식업계엔 '관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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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식품기업에 '가격 인하 압박'…외식업계엔 '관대', 왜?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3-06-26 16:58:30
식품기업 "밀가루값 내렸다고 라면·빵·과자값 낮추긴 힘들어"
"식품기업과 달리 자영업자 버틸 체력 없어…인하 압박 안할 듯"
물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정부가 작년 이후 가격이 크게 오른 식품기업에 직접적으로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똑같이 가격이 대폭 뛴 외식업계엔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지난해 9월 이후 라면값이 크게 올랐는데, 지금 밀 가격이 1년 전 대비 약 50% 내렸으니 다시 라면값을 인하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추 부총리가 밀 가격을 인하 근거로 내민 만큼 다음엔 제과·제빵업계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제과·제빵업계 관계자는 "다음에 우리 차례일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엔 농림축산식품부가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제과, 동원F&B 등 12개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올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작년부터 식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라면3사는 지난해 주요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신라면 등 대표 상품의 출고가를 평균 11.3% 올렸다. 오뚜기 평균 11.0%, 삼양식품은 9.7% 인상했다. 

농심은 또 작년 4월 새우깡, 양파링 등 22개 과자 제품 출고가를 평균 6% 올렸다. 해태제과는 작년 5월 구운감자, 웨하스, 자가비, 허니버터칩 등 8개 제품 가격을 평균 12.9% 인상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95개 제품 평균 6.6% 올렸고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지난 4월 빵, 케이크 등 50여 종의 가격을 평균 7.3% 인생했다. 

하지만 식품기업 뿐 아니라 외식업체들도 인상행렬에 동참했다. 

▲ 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들이 진열돼 있다. [김지우 기자]

교촌치킨은 2021년 11월 가격을 평균 8.1% 조정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최대 3000원 올렸다. BBQ치킨은 작년 5월 제품 가격을 2000원씩 올렸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지난 2월  버거류 14종을 포함한 총 84품목의 판매가격을 평균 5.1% 인상했다. 한국맥도날드도 같은 달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맘스터치도 지난 3월 버거 43종 가격을 평균 5.6% 올렸다. 샌드위치 브랜드인 써브웨이도 올해 샌드위치 제품 가격을 평균 9.1% 인상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식당들의 음식 가격도 훌쩍 뛰었다. 자장면, 순대국, 곰탕 등 대표적인 서민 음식 중 1만 원 이하를 찾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외식업계에는 별 말 없이 관대한 모습이다. 식품기업 관계자는 "가격이 뛴 곳이 하나둘이 아닌데, 우리만 지적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낯을 찌푸렸다. 이어 "일반적으로 원재료 구매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기간으로 계약이 이루어져 아직 식품기업이 사들이는 밀가루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그 외에도 오른 비용이 많아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인건비, 운송료, 전기료, 원부자재 가격 등이 전부 폭등했다"며 "밀가루 가격만 떨어졌다고 제품 가격을 낮추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외식 프랜차이즈 소속 가맹점주들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많아 정부도 가격 인하 압박엔 조심스러운 듯 하다"고 관측했다. 

식품기업 관계자도 "결국 식품기업들은 대기업이라 가격 인하로 적자를 보더라도 버틸 체력이 있지만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들은 못 버틸 것 같다고 정부가 판단한 듯 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경기침체 그림자가 깊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체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총 1033조7000억 원이다. 지난해말(1019조9000억 원) 대비 13조8000억 원 늘었다. 

또 3월 말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1.00%로 작년 말의 0.65%보다 0.35%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 그래도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에게 가격까지 내리라고 했다간 줄줄이 폐업할 수도 있다"며 외식업계엔 가격 인하 압박을 못할 거라고 예측했다.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에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해도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자영업자 경우는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 점도 분명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지우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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