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스크시각]'지지율 걱정'에 멍드는 한전·가스공사·채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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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지지율 걱정'에 멍드는 한전·가스공사·채권시장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3-04-05 16:42:19
한전·가스공사 적자 누적 심각…요금 인상해야할 때
與, 요금 안 올린 '文정부' 포퓰리즘이라 수차례 비판
尹정부는 달라야…국가 위해 같은 행태 반복 말도록
로마 제국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재위 69~79년)는 퀸투스 비텔리우스 황제와의 내전에서 승리해 제위에 올랐다. 

그는 즉위하자마자 피폐해진 재정을 재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세수 증대를 위해 탈세범을 적극 색출하고 느슨한 관행 탓에 제대로 세금이 징수되지 않는 사례가 잦았던 사치품 소비세(25%)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국유지 임차료(10%)도 '요율'대로 정확히 걷었다. 그간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요율보다 낮게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규정대로 한 것이다.  

세금이 늘어나는 건 누구나 반겨하지 않는다. 하지만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고 세수 증대를 꾀했다. 덕분에 후대 황제들은 탄탄한 재정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를 '최고의 국세청장'이라고 칭찬했다. 

반면 네로 황제(재위 54~68년)는 재정이 부족할 때도 지지율이 떨어질까 봐 세금을 늘리지 않았다. 대신 정부가 발행하는 데나리우스 은화의 은 함유량을 기존 100%에서 92%로 줄였다. 

네로 황제는 은화 평가절하로 은화 발행량을 늘려 당장의 재정적 어려움은 피했다. 하지만 이는 더 큰 고통을 몰고 왔다. 

금화, 은화, 동화 등이 주요 통화로 활용될 때는 액면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그 속에 함유된 금속의 양이 더 중요했다. 은화 가치는 은이 얼마나 들어있느냐로 결정됐다. 

은 함유량이 감소하면서 은화 가치가 떨어지자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로마 시민들은 물가고에 시달렸다. 후일 네로 황제가 시민들로부터 탄핵당해 자살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원인 중 하나로 은화 평가절하가 꼽힌다. 

정부가 올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하면서 빨리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전력은 작년 전기요금을 약 20%, 한국가스공사는 가스요금을 약 38% 각각 인상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인상폭이 훨씬 적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자 세계 주요국은 전기·가스요금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영국은 지난해 전기요금을 253% 인상했다. 일본은 200%, 독일은 82% 올렸다. 

또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은 지난해 가스요금을 115~273% 가량 인상했다. 미·일의 오름폭은 63%, 50%였다.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도 추가 인상이 시급한 상태다. 한전·가스공사의 전기·가스요금은 각각 원가의 70%, 62% 수준에 불과하다. 

▲ 서울 시내 설치된 가스 계량기. [뉴시스]

자연히 적자가 쌓이고 있다. 가스요금이 억제되면 지난해말 기준 8조6000억 원까지 누적된 가스공사 미수금이 올해 말에는 12조9000억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미래에 요금을 올려 받을 계획인 금액이다. 천연가스 매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라 사실 손실로 처리해야 하나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수금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미수금으로 인해 한 해 지출해야 하는 이자만 약 4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채권을 발행해 구멍 난 재정을 메꾸고 있다. 올해 1분기 한전채 발행 규모가 12조500억 원으로, 전년동기(6조2800억 원) 대비 약 92% 급증했다. 지난해 이미 30조 원대 채권을 발행한 한전의 빚은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한전채가 쏟아지면서 일반 기업의 회사채가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채권시장 교란까지 우려된다. 

빨리 전기·가스요금을 더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후세대의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스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가스공사의 요청을 8차례 묵살했다. 또 한전의 전기요금 10차례 인상 요청 중 한 번만 받아들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을 올리지 않은 결과가 지금 '폭탄'으로 돌아왔다고 수차례 비판했다. 

이젠 책임을 놓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일 차례다. 지지율에 해가 될까 인상을 망설일수록 과거에 누적된 부분까지 더해 후세대의 부담을 키우게 된다. 

당장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건지, 스스로 '포퓰리즘'이라 비판한 행태를 반복할 건지 윤석열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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