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믿음 깨진 가상화폐, 대부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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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믿음 깨진 가상화폐, 대부분 사라진다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6-03 09:13:27
루나 사태로 코인의 실제 가치 '0'임이 증명돼
코인시장, 신뢰도 손상으로 장기간 침체 겪을듯
비트코인·주요 알트코인 제외하곤 존립 위기
'믿음이 가격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투자대상의 가격은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가치를 산출할 수 없다면? 그때에는 사람들이 투자대상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가 초라해도 화려한 미래가 남아있다고 판단하면 높은 가격이 된다. 많은 바이오 회사들이 매출보다 더 큰 적자를 내면서도 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코인시장이 요동을 쳤다. 스테이블 코인 루나의 가격이 열흘 만에 119달러에서 0.01센트로 만분의 일이 되더니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코인의 가치가 달러에 고정돼 있어 가격 변동이 거의 없고 안전하다는 장담과 다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루나의 하락은 루나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대표 코인 몇 개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에 영향을 줄 것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인시장은 많은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제기된 의문 중에는 '코인을 어디에 쓸 수 있나', '코인은 사람이 가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고유 가치가 0일 수밖에 없다' 등 코인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들이 많았다.

이번 루나 사태로 코인의 실제 가치가 0임이 증명됐다. 가격의 나머지 부분은 사람들의 기대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기대라는 게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만큼 코인의 가격이 언제든지 0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포가 끝없이 커질 수 있다. 

코인의 개발 논리도 믿을 수 없는 것이 됐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주요통화와 연관돼 있어 안정적이라는 말이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코인의 구조를 정교하게 짜도 인간 능력의 한계 때문에 허점이 있게 마련이고, 그 허점이 어느 순간 엄청난 손해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줬다. 1998년 미국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 넣은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도산이나 2008년 미국 금융위기처럼 잘 짜여져 있다고 장담했던 구조가 반대로 위기의 진앙지가 된 것이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인시장은 세 차례 80% 가까운 하락을 이겨냈다. 어떤 때에는 투기 수요가, 또 다른 때에는 코인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었다.

이번은 앞의 세 번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코인의 성격을 둘러싼 다툼보다 코인의 신뢰도 손상이 가격 하락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상당 기간 코인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신뢰도 손상으로 하락이 벌어졌다면 상승은 이를 만회한 후에나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코인의 신뢰를 회복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하락에도 비트코인은 3만 달러를 유지했다. 강한 생명력을 감안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표 가상화폐는 살아남을 걸로 보인다. 문제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이다. 주요 몇몇 알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존립을 위협받을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9000개 넘는 알트코인이 거래되고 있다. 지금도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사라질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코인만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새로운 것이 나온 후 사람들은 투기로 버블을 만들고, 이를 무너뜨려왔다. 코인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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