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보험금 심사 강화에 소비자·병원 '몸살'…"도수치료, 4회분씩만 청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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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심사 강화에 소비자·병원 '몸살'…"도수치료, 4회분씩만 청구해야"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2-03-21 16:23:38
병·의원 "현장 실사·의료 자문 요구 빈발…소비자들 고통 커"
보험업계 "보험금 누수 막기 위한 조치…청구 간소화하면 해결"
평소 허리가 좋지 않은 강 모(40·여) 씨는 작년 말 속칭 '허리 디스크'(수핵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올해 초부터 도수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인 강 씨는 10회분 도수 치료비(약 200만 원)를 모아서 보험금을 신청했다. 

그런데 보험사의 대응은 매우 깐깐했다. 추가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으며, 현장 실사가 나갈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지인은 "요새 도수 치료 10회분 이상은 거의 다 현장 실사가 나온다"며 "되도록 4회 이하로 잘라서 청구하는 게 낫다"고 권했다. 강 씨는 절차의 복잡함과 귀찮음 때문에 보험금 일부를 포기할까 고민 중이다. 

정 모(46·남) 씨는 정형외과 의사다. 그는 요즘 특히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을 상대할 때는 하루 통원 치료비가 크게 변동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얼마 전 한 환자에게 고주파 치료(치료비 16만 원)를 한 뒤 다른 치료를 줄여서 하루 치료비를 20만 원 가량으로 조절했다. 그 환자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기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한 조치였다. 

최근 매우 강화된 보험금 심사 때문이었다. 올해 1월, 하루 통원 치료비가 20만 원 정도 청구되던 환자의 치료비가 어느 날 30만 원으로 뛰자 해당 보험사는 즉시 현장 실사를 나왔다. 정 씨는 양심에 거리낄 게 없었지만, 꼬치꼬치 캐묻는 보험사 직원을 응대하는 게 피곤했다. 다시는 같은 경험을 하기 싫어서 미리 조심하는 중이다. 

▲ 올해 들어 보험금 지급 심사가 대폭 강화돼 다수의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들어 보험금 지급 심사가 부쩍 강화됐다. 특히 도수 치료, 백내장, 비타민 주사, 언어치료 등에서 보험사가 현장 실사나 제3자 의료자문 동의를 요구하는 케이스가 급증했다. 

한 주부는 "도수 치료 보험금은 9회분까지만 신청해야 한다. 10회분 이상일 때는 현장 실사가 나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부는 "9회도 많다. 요새는 4회분 이하로 끊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강 씨는 "지인이 몇 년 전 왼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최근 오른쪽 눈에도 백내장이 생겨 수술했는데, 보험사에서 현장 실사가 나왔다"고 밝혔다. "결국 보험금을 다 받기는 했지만, 무척 피곤해 했다"고 한다.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나 소비자들과 병·의원들의 불편은 매우 크다. 현장 실사가 나올 때마다 상당한 귀찮음과 보험금 지급 지연을 겪어야 하는 탓이다. 의료자문은 자신의 건강 정보가 모두 오픈되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다. 

정 씨는 "전체 보험금 청구 중에 사기의 비중이 얼마나 되겠냐"며 "대부분은 현장 실사에서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현장 실사나 의료자문 동의를 거듭 요구하는 건 귀찮게 해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심사 강화는 금융당국과의 협의 하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비급여 과잉 의료 항목의 보험금 지급기준을 정비,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 적자가 너무 심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소비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많아 전체적인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보험금 누수 방지는 다수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실손보험료는 평균 14.2% 인상됐다. 특히 1·2세대 실손보험료가 평균 16% 인상됐다. 실손보험은 크게 2009년 10월 이전에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 실손보험,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3세대 실손보험, 2021년 7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실손보험 네 종류로 나뉜다.

이 중 1·2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 비율이 0~10%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진료기관을 찾고 있다. 그런 만큼 보험금 청구액도 커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다.  

"과잉·유도 진료가 아님에도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의심한다"는 소비자와 병·의원 측의 지적에 보험사 측은 "공유되는 정보가 적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보험업계에서는 해결책으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내민다. 보험사와 병·의원 간의 정보 공유가 활성화될수록 과잉·유도 진료에 대한 의심도 잦아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로 소비자들의 보험금 수령이 훨씬 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제안한 건 2009년이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13년 째 국회에서 공회전할 뿐, 통과될 기미가 없다. 소비자와 보험사는 환영하지만, 의료업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통해 축적한 자료를 보험금 지급 거절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업계는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압력에 번번이 국회가 무릎꿇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험이 의사들에게 '든든한 밥그릇'인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수익구조는 상당 부분 보험 안에서 작동한다.

"실손보험 있으시죠?" 병원을 찾은 환자가 흔하게 듣는 이 물음은 보험과 의료업계의 '먹이사슬'을 드러내는 상징 문구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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