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꼬치꼬치 캐묻고, 자료 요구하고…갈수록 받기 힘든 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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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꼬치 캐묻고, 자료 요구하고…갈수록 받기 힘든 보험금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2-02-08 16:33:10
질문·서류 요청 많아…현장 실사·의료자문 동의 등 요구도
"과거 상품일수록 손실 심각…보험금 지급 심사 엄격해져"
이 모(60·남) 씨는 몇 달 전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자신이 가입한 보험 서류를 뒤져봤다. 이 씨는 10여 년 전 A생명의 암보험에 가입했는데, 당시는 아직 갑상선암이 일반암으로 분류되던 시절이라 보험금 6000만 원 수령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그런데 A생명은 쉽게 보험금을 주려 하지 않았다. 이 씨의 과거 병력을 꼬치꼬치 캐묻고, A생명 홈페이지에 제시된 서류 외에 추가적인 서류를 요청했다. 

이 씨가 서류를 다 보내니 이번에는 현장 실사까지 요구했다. A생명이 파견한 손해사정사가 이 씨가 치료받은 병원에 다녀갔다. 그런 후에도 한 달이 넘도록 보험금을 주지 않아 이 씨는 사측에 공식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A생명은 또 제3자 의료자문 동의까지 요구해 이 씨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최 모(40·여) 씨는 백내장 수술을 받고는 S생명에 실손보험금과 수술비 보험금을 청구했다. 청구 과정에서 쏟아지는 질문 세례와 자료 요구에 최 씨는 한참 시달렸다. 

특히 S생명은 최 씨가 별 생각 없이 B형 간염 보균자라고 말하자 이를 문제삼았다. 비활동성임에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단 이유로 보험금을 절반이나 깎았다. 대신 보험료를 40% 가량 환급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최 씨는 "간과 백내장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보험금을 삭감하는 행태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분개했다. 

김 모(36·여) 씨는 아이가 언어 발달이 느려 작년부터 언어치료 센터에 보내고 있다. 회당 12만 원의 치료비는 부담스러웠지만,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가입해둔 H손보 어린이보험을 믿었다. H손보 어린이보험은 통원의료비 특약에서 언어 장애 치료를 보장한다.   

하지만 H손보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H손보 측은 아이의 발달 과정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으며, 언어 장애임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서류도 요구했다. 

서류를 다 보내자 이번에는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 실사 뒤에는 다시 제3자 의료자문 동의와 건강보험 정보 제공 동의까지 요구했다. 김 씨는 "정신 장애로 몰아 보험금을 안 주려는 시도 같다"며 "차라리 보험금 수령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 보험금 지급 심사가 점점 엄격해지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보험금 지급 심사가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일주일 내로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난한 절차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급증 추세다. 

각종 질문, 보험금 청구 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항까지 질문한다. 그러다가 꼬투리가 잡히면, 최 씨처럼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 거부하기도 한다. 추가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뿐이 아니다. 서류를 다 갖춘 뒤에도 현장 실사, 제3자 의료자문 동의, 건강보험 정보 제공 동의 등을 요구하면서 보험 가입자들을 힘들게 하곤 한다. 

이 씨는 "이렇게 개인정보를 다 줘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며 "결국 귀찮게 해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고 싶어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 등 특히 2015년 이전에 판매한 상품들의 손실이 무척 크다보니 보험금 지급 심사가 점점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기관과 보험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도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오래된 보험일수록 좋은 상품이다"는 보험업계의 유명한 격언이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암보험 등을 처음에 넓고 든든한 보장을 내세워 팔다가 예상 이상으로 보험금 지출이 커지면 판매를 중단한다. 같은 분야의 신규 상품은 보장 범위를 축소하거나 보험금 규모를 줄인다. 

따라서 과거에 판 상품일수록 보험사들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는 케이스가 여럿이다. 일부 가입자나 의료 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꾸준히 문제시된다. 

그러나 이를 내세워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에 인색해질수록, 그리고 요구사항이 과도해질수록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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