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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52시간제 손보겠다는 윤석열, 맞나 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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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 2021-12-05 11:19:50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종…사람들은 체념
후보 공약으로 내걸고 사회적 검증 거쳐야
자본입장에서 볼 때 외환위기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부도가 나 사라진 기업은 몰라도 살아남은 기업은 상당한 혜택을 누렸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꿈도 꿀 수 없었던 숙원 사업들이 한꺼번에 해결됐다. 계약직 도입부터 유연한 고용, 노조 무력화까지 노동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기업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중소상공업자들이 허덕이는 동안 대기업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렸다. 올해 전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70% 늘어난 230조 원이 될 걸로 예상될 정도다. 그 덕분에 2015년 15조 원에 지나지 않았던 배당금이 작년에 41조 원이 됐고, 올해는 60조 원을 넘을 걸로 보고 있다. 고용은 늘어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사정 악화는 한꺼번에 진행되지 않았다. 외환위기-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는 형태를 밟고 있다. 처음 시행할 때는 '이건 너무하잖아'했던 일이 다음 위기에는 당연한 걸로 여겨지면서 더 강한 정책이 나오는 형태였다. 이런 형태를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 역시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 일상을 바꿔 놓았다. 경제 사정이 조금만 나빠져도 감원이 일상이 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전에나 나오는 단어가 될 정도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이 체념한 채 이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우리는 가계의 몫이 주요국 중에서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국민총소득에서 가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조금 넘는데, 80%대인 미국은 물론 오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게조차 뒤지는 수준이다.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소득이 가계로 넘어오는 통로가 좁아진 결과다. 

윤석열 후보가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최저시급 이하로 일하려는 사람도 많다는 언급도 했다. 필요에 따라 주당 12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을 때만해도 진위에 대한 공방이 있었는데, 비슷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후보의 생각이 그런 것 같다. 

노동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정책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성장을 촉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기업이 많은 돈을 벌 경우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늘어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노동 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게 맞느냐 아니면 삶의 질이 보장되도록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맞느냐는 정답은 없는 주제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고 공개적인 논의의 장에 올렸으면 한다. 표를 통해 결론이 나면 그에 맞게 정책을 실현하면 된다.  

산업혁명으로 근대적 기업이 생긴 이래 기업은 노동자보다 우위에 있었다. 국가는 가능한 한 약자를 보호하려는 입장이었다. 국가라는 제동장치조차 없으면 기업의 탐욕이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이 어떤 노동 정책을 가져갈지는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 모두에게 중요한 주제다.

개인적으로 노동시간 유연화에 반대한다. 기업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확신이 없고, 이미 우리 경제가 노동시간으로 뭔가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동 시간 자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공약으로 내걸고 판단을 받으면 된다. 지금처럼 스쳐 지나가는 얘기처럼 하지 말고.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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