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아프간 철수'처럼 타이밍 놓치는 미국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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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아프간 철수'처럼 타이밍 놓치는 미국 통화정책

UPI뉴스
기사승인 : 2021-08-28 14:40:25
상처뿐인 아프간 철수는 베트남전 교훈 잊은 결과
통화정책 타이밍 놓치고 있는 연준, 대가 치를 것
'여긴 마치 중세시대 같다. 아프간 사람들은 사회주의 혁명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1979년 아프간에 들어간 소련 병사들이 3개월만에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 '우리는 군사적으로 아프간을 점령할 수는 있어도, 정치적으로 점령할 수 없다. 아프간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실패는 명확하다.'

구 소련과 아프간은 아무다리야 강으로 나뉘어 있다. 알렉산더 대왕 때 전투로 유명한 옥서스 강의 현재 이름이다. 이 강 중간에 '우정의 다리'가 놓여있다. 10년 고생 끝에 소련은 그래도 멋있는 장면 하나를 남기고 이 다리를 건넜다. 당시 총사령관 그로모프 중장이 모든 부하가 소련 땅에 안전하게 들어간 걸 확인한 후에 혼자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넜다. 지휘관이 앞장서 군대를 이끄는 소련의 전통에 어긋난 행동이다. 인기 없는 전쟁의 마지막을 자신이 떠안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소련 국방부가 그로모프의 행동을 비난하자 그는 '아프간에서 5년을 근무했으니 군의 전통을 한번 정도 어길 수 있는 권한은 있지 않냐'라고 얘기했다. 소련 정부의 아집에 조그만 반항을 한 것이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언제 뛰어들었는지를 놓고 논란이 많다. 케네디 정부 때 이미 1만명이 넘는 미군이 베트남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 의회가 전쟁 결의안을 통과시킨 1964년을 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존슨 대통령 때인데, 사이공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 관리가 '마치 타이타닉호 간판 위해 서 있는 느낌'이라고 참전을 만류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미국이 참전한다는 얘기만 나와도 전쟁이 끝날 거라 자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존슨 대통령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고, 그렇게도 해보고 싶었던 '위대한 사회'라는 사회 프로그램을 궤도에 올리지도 못한 채 재선을 포기하고 말았다. 당선이 되면 곧바로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닉슨에게 공을 넘기고.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철수를 단행할 것 같던 닉슨도 5년을 끈 뒤 1973년에 파리협정을 통해 베트남에서 빠져 나올 명분을 만들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몰린 닉슨이 베트남전을 돌파구로 삼지 않았다면 그나마 가능했을까 의심스럽다. 전쟁에서 지고 나올 수 없다는 미국의 아집이 만들어낸 결과다.

미국이 20년만에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그 동안 발을 뺄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다. 아프간을 침공하고 2~3년 후 오사마 빈라덴이 아프간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고 2010년 빈라덴이 파키스탄에서 사살됐을 때 상처없이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빈라덴 체포가 미국이 아프간에 들어간 목적이었으니까. 적절한 때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1조 달러의 돈을 쏟아붓고도 상처를 안은 채 빠져 나왔다. 베트남전을 잊은 미국의 아집이 만들어낸 결과다.

지금 전세계에서 고집이 가장 센 기관이 어디일까? 개인적으로는 미국 연준이 아닐까 싶다. 내부 주요인사조차 빨리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앞으로 긴축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할지 밝혀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연준이 뭔가 확실한 방안을 내놓을 거라 기대했던 잭슨홀 미팅도 기존 얘기를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때를 놓치면 생각지 못했던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연준은 이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연준의 아집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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