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류순열 칼럼]'미친 집값' 만든 제로금리, 결자해지 벼르는 이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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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칼럼]'미친 집값' 만든 제로금리, 결자해지 벼르는 이주열

류순열 기자
기사승인 : 2021-07-20 17:09:40
박근혜 정부, '금리인하 + 대출규제 완화'로 집값 띄워 경기부양
문재인 정부, '제로금리 + 다주택 세제혜택'으로 '미친 집값' 촉발
유동성 파티 흥 깨더라도 내일의 숙취 막는게 중앙은행의 숙명
연 2.5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2014년 4월 당시 기준금리다. 이전에 비해 꽤 낮은 상태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5%였다. 큰 흐름에서 향후 방향성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갔다. 두어달 뒤 '친박' 최경환 의원이 경제사령탑에 오르면서 모든게 뒤집어졌다. 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이 총재와 만찬을 한 뒤 "금리의 금 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이라고 했다. 빗장은 풀렸다. 그해 8월 인하를 시작으로 이주열의 한은은 기준금리를 다섯번 내려 1.25%까지 끌어내렸다.

그렇게 낮은 금리는 '지도에 없는 길'이었다. "빚 내서 집 사라", 경기부양을 위한 위험한 길이었다. 중장기 시계로 운용되어야 할 통화정책이 정치권력과 정부의 단기부양책에 동원된 것이다. 기준금리란 일국의 금리를 대표하는 정책금리로, 통화신용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주택대출 규제 빗장도 풀렸다. 최 부총리가 주택금융규제(LTV, DTI)를 두고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격"이라며 사자후를 토하자 관계당국 수장(이주열 총재, 신제윤 금융위원장)들은 풀잎처럼 누웠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훗날 사석에서 "그게 왜 한겨울의 여름옷인가. 한겨울의 방한복이지"라고 반박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는 터에 대출규제 빗장까지 풀어버린 결과는 자명했다. 가계부채 급증, 집값 급등이었다. 이 총재는 최 부총리가 주택금융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는 걸 보곤 "아차 싶더라"고 훗날 필자에게 말했다. '금리인하 + 대출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예감한 것이다.  

연 0.5%. 임기 8개월을 남겨둔 이 총재의 한은이 14개월째 유지하고 있는 기준금리다. 센 통화를 갖고 있는 나라들처럼 제로금리다. 기축통화도 아닌 원화가 제로금리라니, 일찍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상승으로 방향을 잡았던 기준금리는 2019년 한일무역마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로 방향을 틀더니 급기야 제로금리 시대를 맞았다.

제로 금리의 위력은 엄청났다. "집값 반드시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어처구니없게도 다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몰아줬다. 이런 정책에 제로금리가 결합한 결과가 '미친 집값'이다. "부동산만큼 자신 있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서민의 주거난은 훨씬 더 심각해졌다. 내집 마련의 꿈은 '이생망'의 절망으로 바뀌었다.

기준금리의 방향성은 다시 인상이다. 그러나 금리는 내리기가 쉽지, 올리기는 어렵다.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펀치(알코올 음료)볼을 치우는 걸 반기는 이는 많지 않다.

당장 정치권력이 쌍지팡이를 든다. 2009년 하반기부터 한은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검토하자 청와대, 정부 수뇌에서 "지금은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2010년 7월 마침내 기준금리를 연 2%에서 2.25%로 올릴 때도 "압력이 말도 못했다"고 한다. 김중수 당시 한은 총재는 "거의 혁명적으로 한 것"이라고 훗날 필자에게 말했다.

더욱이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은 다시 확산일로다. 대선도 다가오고 있다. 압력을 예상해서일까, 한은은 연일 명분쌓기 중이다. 19일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20일엔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지난 16일엔 이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고 강조했다.

너무 늦은 얘기다. "그동안 뭘 하고 있다가…"라는 비판이 한은 안에서도 나온다. 미친 집값은 이미 서민의 삶을 옥죄고,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재깍거린 지 오래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젠 결단해야 한다. 펀치볼을 치워야 한다. 당장의 흥을 깨더라도 내일의 숙취를 막는 일은 중앙은행의 숙명이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연내 최소 두 번은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혁명적 결단'이 필요할까. 기준금리를 2.50%에서 0.5%로 5분의 1토막 낸 이 총재가 결자해지해야 한다.이 총재의 한은이 기준금리를 끌어내리는 동안 가계부채는 소득보다 세 배 이상 빠르게 급증했다. 

취임 당시 1022조4000억 원이던 가계부채는 올 1분기 1765조 원으로 73% 급증했다. 가계실질소득(1인당 총처분가능소득)은 연간 1705만 원(2014년)에서 2095만 원(2020년)으로 23% 증가에 그쳤다. 

▲ 류순열 편집국장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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