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칼럼] "내 삶을 끝낼 선택의 기회 달라" 77세 샹송 가수의 탄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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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삶을 끝낼 선택의 기회 달라" 77세 샹송 가수의 탄원가

이원영
기사승인 : 2021-06-22 14:58:32
日작가 "안락사는 안심 확보하는 마음의 보험"
연명치료 거부 늘어…죽음 자기결정 고민해야
#프랑수아즈 아르디. 올해 77세. 프랑스 샹송 가수이자 영화배우였던 그는 빼어난 외모와 독특한 음색으로 6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어떻게 이별을 말하겠어(Comment te dire adieu)'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친숙한 노래다.

지난 17일 영국 가디언은 '임종에 가까워진 프랑수아즈 아르디, 조력 자살을 간청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르디의 안타까운 근황과 최근 인터뷰를 전했다.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최근(왼쪽)과 젊은 시절 모습. [가디언·구글 캡처] 

아르디는 2000년 대 중반 림프암을 진단받았고, 2015년엔 입원 후 혼수상태까지 갔으나 방사선 치료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2018년엔 귀에도 종양이 발견됐다. 이후 방사선과 면역치료를 받으며 아르디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노래는 물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르디는 "고통이 극심하다.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더 큰 고통을 겪으며 죽음으로 이어질까 무섭다"고 했다. 이어 "나는 내 삶을 끝낼 선택 기회를 갖고 싶다. 조력자살을 지지한다. 이를 허용하지 않는 프랑스는 비인간적"이라며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을 원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 지난 4월 4일 95세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는 지병을 앓던 생전에 '나는 안락사로 가고 싶다'는 글로 시끌벅적한 논쟁을 낳기도 했다.

외국인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스위스로 가는 것도 고려했지만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락사 허가는 안심을 확보하는 마음의 보험입니다.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열심히 삶에 임하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두 유명인이 죽음을 앞두고 던진 화두는 '죽음의 자기 결정권'이다. 의료의 도움을 받아도 더 이상 건강을 되찾을 수 없고 고통스러운 임종 과정만 남았다고 생각할 때 '적극적인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요즘 동년배들을 만나면 '살아도 산다고 할 수 없는' 80~90대 부모들을 주제에 올리고 고민을 나누는 경우가 흔하다. 갈수록 더 기억력을 잃어가는 치매 증세, 요양병원에서 기약없는 참혹한 연명 생활 등. 한시절 왕성하게 살아왔을 부모들이 죽음을 가까이 두고 점점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이다.

"앞으로 20, 30년 후 우리가 임종에 가까울 때 쯤이면 깨끗하게 자신이 결정하는 합법적인 자살약이 나오지 않을까" "신체적인 고통으로 절망하는 사람들은 의사의 도움으로 죽음을 선택하게 해줘야 한다" 인격권까지 소멸되는 듯한 부모의 지금 모습을 미래의 자신이 똑같이 맞고 싶지 않다는 심정에 친구들은 대체로 일치한다.

존엄한 죽음을 맞고 싶은 건 누구나의 바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족과 따뜻한 이별의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응급실 침대에서 의식도 없이 연명장치를 단 채 덧없는 죽음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심폐소생, 투석, 인공호흡 등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다. 

이 때문에 좀 더 의식이 있을 때 환자가 주도적으로 가족과 차분하게 작별을 할 기회를 얻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는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몇 나라와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응급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들은 매년 늘어 지난 4월 초 기준으로 87만 명을 넘어섰다.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이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죽음'이라는 화제를 유난히 터부시하는 우리 문화는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죽음 전문가들도 더 나오고, 죽음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더 많이 열려야 한다. 소극적인 안락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삶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하시다 스가코가 "안락사 허가는 안심을 확보하는 마음의 보험"이라고 한 말은 충분히 귀를 기울일 만하다. 자신의 삶을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스스로 마감할 것인가 지금 계획을 세워놓고, 그 수단이 보장된다면 든든한 '보험'이란 생각도 들 것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담론은 술자리에서만 나눠지고 말짱한 현실에선 모른체하기엔 너무도 중요한 문제다. 죽음은 누구나에게 닥칠 실제이고 준비해야할 과제이기에 그렇다.

▲ 이원영 국제 에디터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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