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강준만의 직설]'20년 집권론'이 정치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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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20년 집권론'이 정치를 죽인다

UPI뉴스
기사승인 : 2021-05-26 18:14:23
법무부가 일선 지방검찰청 형사부의 직접 수사는 사전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검찰청 조직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을 대체적으로 적극 지지해온 <한겨레>마저 사설을 통해 "지청 단위에서 직접수사를 하려면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치도록 한 것은 개별 사건에 대한 장관의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에 접해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는 어찌 그리 일관된 행태를 보이는지 그 우직한 고집이 어이 없다 못해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이런 조직 개편안은 법무부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무사공평하다는 걸 전제로 할 때에 가능하거나 최소한의 의미나마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선한 권력'이라고 착각하는 정권의 법무부인지라 "그렇게 할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치겠지만,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사 믿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말이 안되는 말씀이다. 문 정권이 신뢰하지 않는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앞서 '귀엽다'고 한 것은 문 정권은 그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할 수 없는 무능력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건 어린 아이들의 특성인지라, 해맑은 어린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웃음이 나왔고 귀엽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나는 민주당의 실세였던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에 이어 '100년 집권론'까지 내놓았을 때 처음엔 덕담에 가까운 농담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뭐 그저 잘 해보자는 뜻으로 '화이팅'을 외치는 수준으로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몰상식한 주장'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혀를 끌끌 찼을 것인 바, 그런 결례를 범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50년 집권론'이나 '100년 집권론'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독재자의 발상처럼 여겨지니, 무난하게 '20년 집권론'에 대해서만 말해보자. 시간이 흐르면서 '20년 집권론'은 덕담도 아니고 농담도 아닌, 문 정권의 본질에 가까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문 정권의 거의 모든 주요 정책들이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방향과 내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내일은 없고 오직 오늘만 있는 정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만 해도 그렇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의 통과를 위해 공수처장 임명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강행처리해놓고도 야당의 비협조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40여일 만에 결국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고 말았다.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를 생각해보고서 한 일일까? 아니다. '20년 집권론'이라는 망령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었을 게다.

선거법 개정에서부터 국회 운영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자신들이 압도적 다수당의 지위에서 소수당의 지위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힘으로만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16대 국회부터 야당이 맡아온 법사위원장 자리를 꿰찬채 야당의 반발을 핑계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래놓고선 이제 "법사위원장은 못 줘도, 외통위·정무위원장은 줄 수 있다"(윤호중 원내대표)고 시혜를 베푸는 듯한 거만한 자세를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우리가 뭐, 구걸합니까. 도둑질해간 걸 내놓으라고 거듭거듭 말하는 겁니다"(김기현 원내대표)라고 항변한다.

물론 민주당만 탓할 건 아니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이중성은 여야 정당 모두에게 익숙한 행동 패턴이니까 말이다. 소수 정당일 땐 '다수결의 독재'를 비난하지만, 다수 정당이 되면 '준엄한 민심'을 내세워 자신들이 비난했던 '다수결의 독재'를 감행한다. 인사 문제는 그런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굿판이다. 야당일 땐 목이 터져라 '공영방송 독립'을 외치지만, 정권 잡으면 오리발 내미는 것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보아온 모습이다.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갑질을 당당하게 하는 사람들이 내면에 품고 있는 핑계는 간단하다. "억울하면 너도 출세해!" 민주당은 바로 이런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억울하면 너희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다수당이 돼! 우리는 그런 비참한 꼴 안 당하기 위해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 20년 이상 집권할 거야."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정치판을 이전투구(泥田鬪狗)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로 만들면서 정상적인 정치를 죽이는 걸 다수 국민이 환영하겠느냐는 것이다. 일을 유능하게 잘 하면서 그런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잖은가. 민주당 정권이 대대적인 국민적 반발에 직면해 갑질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상실한다면, 이거야말로 역지사지를 말살한 '20년 집권론'의 부메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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