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기회주의에 익숙한 산업화·민주화 시대의 유산, LH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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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기회주의에 익숙한 산업화·민주화 시대의 유산, LH사태

UPI뉴스
기사승인 : 2021-03-21 00:05:24
우리나라 선거는 두 세대의 격돌로 결판이 난다. 한 쪽은 1960~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 산업화 세대라고 하는데 가수로 따지면 이미자의 팬들이다. 다른 한쪽은 1980~9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 민주화 세대라 하는데 조용필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였다.

호각세를 이루고 있는 둘 사이에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2000년 중반 이후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로 가장 친근한 가수는 소녀시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들은 아직 앞선 두 세대 같이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공정'이란 가치를 끌어내는 데에는 한몫을 했다.

정치는 이미자와 조용필 세대 중 어느 쪽이 소녀시대 세대를 끌어오느냐에 따라 결판이 나지만 경제는 다르다. 앞선 두 세대가 힘을 합쳐 소녀시대 세대를 압박하는 형태여서 젊은 세대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2000년 이전 세대들은 자기들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그에 걸맞은 민주화도 이루어냈으니 과실을 가져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부는 과거 세대가 독차지하고 앞으로 발생할 부담은 자기들에게 떠넘긴다고 불평한다.

이런 마당에 'LH사건'으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해 보니 앞선 두 세대가 합작해 벌였던 일 하나가 떠오른다. 1981년에 대학 정원이 늘고 '선시험-후지원 제도'가 시행되자 입시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원서 접수 마감 직전에 미달 학과에 지원하는 이른바 '눈치 작전'이 그것인데, 잘하면 성적에 관계없이 괜찮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시를 감독하는 교육부처와 대학은 물론 출신 고등학교에서도 금지돼 있는 여러 장의 원서를 써줘 눈치 작전을 뒤에서 도와줬다. 원서는 여러 장 써줬지만 '접수'(지원)는 한 곳만 하라는 당부와 함께. 지금이라면 난리가 날 일지만 그 때는 문제가 없다고 봤는지 입시 끝나고 며칠간 언론의 세태 비평거리로 오르내리다 사라졌다.

세상과 마주치는 첫 번째 경험이 이랬으니 개발 계획을 먼저 알아내 이익을 보는 것에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게 당연하다. 세상의 모든 제도는 문제가 터진 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왔다.

과거 언론이 서울시 앞에 자주 붙였던 단어가 있다. '복마전(伏魔殿)'이 그것인데, 비리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붙여진 별칭이다. 서울시에서 이 단어 사라진 결정적 계기는 1991년의 '수서택지 부정사건'이었다. 지금의 대치와 수서에 택지를 공급하는 과정에 발생한 비리로 정권이 흔들릴 정도로 난리가 났는데 이를 계기로 서울시 행정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LH사건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사전에 정보를 이용해 땅을 매입한 사람을 조사해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 오랜 시간 수없이 되풀이되던 주가 조작이 최근에 크게 줄어든 건 이를 감시할 수 있는 IT기술과 적발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부동산에서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야 '공정'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고 있는 젊은 세대가 동의할 것이다.

▲ 이종우 애널리스트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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