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노성열의 AI경제]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브릿지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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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의 AI경제]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브릿지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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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 2026-09-03 09:18:42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되고 있는 전 세계 인공지능 지배체계(AI Governance)에서 한국은 포용적 성장 정책을 앞세운 양극화의 '교량 국가(Bridge Power)'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진단이 제시됐다. 우리나라가 인공지능기본법(2025년)에 이어 최근 인공지능윤리원칙(2026년)까지 선제적으로 제정하면서 글로벌 AI 정책의 선도국가로 부상하는 가운데 나온 전략적 통찰로 주목받고 있다.


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부교수(과학기술과 글로벌 발전연구센터장)는 21일 서울 마포 효성빌딩에서 열린 누리융합포럼에서 '글로벌 AI 거버넌스와 대한민국의 전략적 역할: 브릿지 파워'란 제목의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교수는 강연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브릿지 파워'로서 원칙 있는 AI 기술 개발에 관한 다자협력과 글로벌 규범 수립을 주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따르면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의 심층적 구조를 재편하는 '사회기술적 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으로 파악해야 한다. AI는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가 얽혀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의 산물이며, 전략적 관점에서 기술의 수월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공진화(Co-evolution)할 때 국가적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기술 정책은 '과학기술을 위한 정책(Policy for Science)'인 국가 혁신체계의 구축과, '정책을 위한 과학기술(Science for Policy)'인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통합된 형태여야 한다. 양자를 포괄한 통합적 관점이 AI 전환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포용적 성장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핵심엔진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현시대 AI 전환의 본질을 토큰화(Tokenization)와 지능 생산 시대로의 이행이라고 규정했다. 토큰화 경제는 경제 활동의 최소 단위가 전통적 재화에서 지능의 단위인 '토큰'으로 전환되면서 지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2017년 트랜스포머 논문 이후 가속화된 기술 변화는 단순한 예측 기계를 넘어 거대 언어 모델(LLM)에서 에이전트 AI로의 진화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 간 거래(A2A)가 활발해지는 그림자 경제의 부상과 예측 불가능한 속도의 기술적 창발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의 일반 목적 기술(GPT)과는 차원이 다른 '지능 폭발(Intelligence Explosion)' 단계에 진입하면서 AI의 본질은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을 지원하는 보조 도구가 아니라, 지능 자체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지능의 산업화'로 바뀌었다. 즉, AI가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기계를 넘어 사회적·정치적 관계를 재구성하고,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권력 기술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AI가 이렇게 사회의 권력관계를 재편하기 시작하자 4대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하며 구조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경고다. 모든 기술 혁신은 기존의 불평등을 더 강력하게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인위적 정책 개입이 결여된 기술 확산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키며, 이는 경제적 비효율과 정서적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생산성의 증가는 기술 도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보완적 투자가 결합된 '제이커브(J-Curve)'를 통과해야 비로소 가시화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첫째, 사회적으로는 격차가 심화된다. 클로드 프리미엄 서비스 사용자의 80%가 연봉 1억5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으로 집계됐다. 정보 우위를 점하는 '토큰 격차'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AI 도입 역량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 생산성의 역설과 휴먼루프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기술 도입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정체되는 솔로우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전체 시스템의 속도를 결정하는 인간과 조직이라는 '가장 약한 고리(Weakest Link)'에 대한 보완적 투자가 시급하다. 셋째, 노동시장의 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개별 과업(Task)은 자동화되지만 비용 절감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직업(Job) 자체는 존속된다. 따라서 AI 활용 역량 차이에 따른 노동자 간 격차 해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치적으로 정서적 양극화가 심해진다. 디지털 플랫폼이 강화하는 확증 편향과 적대감이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사회적 신뢰 거버넌스를 위협하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AI Act)'에 이어 선제적으로 제정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등 정책 대응을 통해 부작용 해소에 애쓰고 있다. 최근 확정한 'AI 윤리원칙'에서도 AI 시대의 근본적 지향점을 '3대 가치'와 이를 위해 실천해야 할 '7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3대 가치는 사람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존중받는 '인간의 존엄성', AI의 편익이 개인을 넘어 사회 공동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사회의 공공선', 그 편익을 미래 세대와 함께 누리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으로 설정했다. 인류 공통의 인간애, 사익보다 공공성, 세대 간 협업을 천명한 것이다. 

 

7대 원칙은 인간 중심성, 프라이버시 보호, 공정·포용성, 책임성, 안전성, 신뢰성, 투명성이다. 박 교수는 이 같은 한국의 정책 이니셔티브에 기초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연계 국가로서 원칙 있는 AI 기술개발에 관한 다자협력과 글로벌 규범 수립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다자주의 이탈로 생긴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싱가포르 등 중견국 그룹이 브릿지 파워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수립된 AI 기본법을 통해 글로벌 사회에서 선도적인 정책 실험을 단행하고, 그 결과와 운영 노하우를 국제 사회에 전파하는 정책 수출 전략을 추진해야한다. 그리고 미·중 블록화에 대응해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등을 포함한 다각적 기술 외교를 전개하고 AI 기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글로벌 난제 해결에 기여하는 '포용적 AI 거버넌스'를 주도하자고 그는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거버넌스와 기술 발전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포용적 혁신을 위한 정책 로드맵이 요구된다"고 결론지었다.

최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50% 관세 부과에 대해 9월부터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되받아쳐 사태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남태평양 섬나라 18개국으로 이루어진 태평양도서국포럼도 호주와 손을 잡고 중국 견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중견 국가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 것이다. 박 교수의 제언처럼 한국이 한발 앞선 AI 정책 역량을 발휘해 강대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교량국가 역할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을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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