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2등은 기억해주지 않는다"…초일류 삼성 일군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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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기억해주지 않는다"…초일류 삼성 일군 이건희

남경식
기사승인 : 2020-10-25 11:30:49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자"…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휴대전화·반도체·TV 등 세계 시장 1위 달성
"92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두개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들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때는 하루 네 시간 넘게 자본 적이 없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7년 발간한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 쓴 내용이다.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성과 평가를 통한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고, 그 때 마음먹었다.

▲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은 1993년 칼을 빼 들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양판점인 베스트바이를 돌아보다가 진열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삼성 TV를 보고 이 회장은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이 회장은 사내방송국이 제작한 영상물을 보고 격노했다. 세탁기 생산라인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세탁기 뚜껑이 몸체와 맞지 않자 한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칼로 뚜껑 테두리를 잘라내 조립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회장은 그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에 임원들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구호와 함께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삼성은 불량품이 나오면 해당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등 '품질 경영'에 온 힘을 쏟았다.

삼성은 1994년 애니콜 브랜드의 첫 제품인 'SH-770'을 출시했다. 애니콜은 수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했다. 1995년에는 시장점유율 52%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랐다. 삼성은 2011년부터 스마트폰 판매 대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은 낸드 플래시메모리(2002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2005년), 평판TV(2006년), 스마트카드IC(2006년)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 회장이 경영을 맡은 27년 동안 삼성그룹의 매출은 40배, 시가총액은 300배 이상 커졌다.

▲ 삼성전자 사옥 전경 [문재원 기자]

물론 이 회장이 실패한 사업도 있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사업이다. 삼성은 1995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지만, 4조3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참담한 실패였다. 삼성자동차는 이후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에 매각됐다.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건 이 회장의 개인적 관심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에세이집에서 반박했다.

"내가 자동차에 취미가 있다지만 개인적인 관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일부 세평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실망감마저 든다. 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공부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전 세계 웬만한 자동차 잡지는 다 구독해 읽었고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 경영진과 기술진도 거의 다 만나 보았다."

이 회장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남 5녀 중 일곱 번째이자 막내아들로 1942년 태어났다. 일본 와세다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수료했다. 1966년 동양방송에 이사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1987년 이병철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직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이후 병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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