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국회의장 "내년까지 개헌 적기"…개헌 흑역사 마침표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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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내년까지 개헌 적기"…개헌 흑역사 마침표 찍을까

남궁소정
기사승인 : 2020-07-17 17:33:21
제헌절 기점으로 생성·소멸 반복된 개헌론
'87 체제' 후 30년 지난 헌법 시대상 반영 못해
슈퍼 여당의 존재로 국회 통과 가능성 점쳐
제헌절인 17일 개헌이 또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입법부 수장과 국무총리가 불을 지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제헌절 72주년 경축사에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 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까지를 '개헌의 적기'라고 못박았다. 개헌론자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헌 논의는 전혀 새롭지 않다. 87년 현행 헌법 제정 이후 개헌론은 오랜세월 수시로 정치권을 떠돌다가 흐지부지 사라지곤 했다. 이번엔 다를까. 현재 민주당은 176석. 군소정당과 통합당 소신파의 공감을 얻는다면 개헌선인 200표가 불가능하지 않다.

역대 어느 때보다 의회에서 개헌선을 넘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순탄치 않을 것이다. 헌법 전문의 수정에서부터 역사관이 현격한 민주당과 통합당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 박병석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87년 체제 이후 개헌 논의 제자리 걸음

지난 30여 년은 가히 '개헌논쟁사'라 부를 만하다. 1987년 이후 개헌을 외치는 목소리는 정치인 또는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거듭해왔다. 1990년 '3당 합당' 때도 그랬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통일민주당, 김종필 전 총리의 신민주공화당은 '내각제 개헌'을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하지만 합당 후 당선된 김 전 대통령은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1997년 대선에서도 '김대중·김종필 연합(DJP)' 과정에서 내각제 개헌이 논의됐지만 무산됐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권력구조만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의 강력 반발로 무산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9년 8·15 경축사에서 정치 선진화를 위한 개헌을 말했지만, 힘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권 위기를 돌파하는 카드로 '개헌'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직접 개헌안을 발의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국무총리·국회 권한 강화가 골자였지만, 당시 여야의 쳇바퀴 도는 공방에 드루킹 사태까지 겹치며 개헌안 처리는 끝내 좌절됐다.

▲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권력욕으로 점철된 개헌 '흑역사' 벗어날까


박 의장의 말대로 내년까지 '적기'인 개헌이 실제로 이뤄지면 그 순간은 1948년 헌법제정 이래 10번째 개헌의 역사가 된다. 87년 체제 전까지 개헌 역사는 '흑역사' 그 자체다. 총 9번의 개헌 중 1~8차 개헌 대부분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의 장기 집권을 보장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헌법을 개정하면서 독재정권은 갑옷을 입고 정권을 강화했다. 헌법이 정권의 도구가 된 역사였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의 '1차 개헌'은 간선 대통령 단임제를 고쳐 장기 집권하려는 이승만 대통령의 야욕이 반영된 결과였다. 1954년 11월의 '2차 개헌'은 그 유명한 '사사오입' 개헌이다. 이 대통령의 독재 욕심은 1960년 4·19혁명을 통해 무너졌고, 이후 정치적 혼란 속에서 같은 해 '3·4차 개헌'이 연이어 이뤄졌다.

'3·4차 개헌'은 대통령의 독재를 막기 위해 의원내각제 전환을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후 정권들에게 소급입법의 빌미를 줬다는 부정적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 '5차 개헌'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이뤄졌다. 4·19 혁명과 5·16 군사쿠데타 이념이 새 헌법의 정신적 기반이라는 내용을 넣어 최초로 헌법전문을 수정했고 단원제 국회와 한 차례 중임만 가능한 대통령제 정부 형태를 채택했다.

'6차 개헌'은 196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공화당이 추진한 '3선 개헌'이다. '7차 개헌'은 역대 개헌 중 가장 비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통령은 비상국무회의를 통해 개헌에 성공했고 독재의 유산인 '유신 헌법'이 탄생한다.

'8차 개헌'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12·12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다음 이뤄졌다. 1980년 10월 27일에 공포된 헌법은 전문 중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 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삭제됐고 대통령 간선제 및 7년 단임제를 채택했다.

40년 가까이 독재 정권에 억눌린 시민들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단임 직선제를 골자로 한 '9차 개헌'을 이끌어냈다. 이후 헌법은 33년째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 개헌…'슈퍼여당' 존재감 발휘 관건

이처럼 주기적으로 개헌론이 터져 나오는 것은 87년 헌법이 달라진 시대상을 담지 못한다는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은 5공 청산을 비롯한 부조리 척결과 제도 개혁에 순기능을 발휘했지만, 민주주의의 성숙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게다가 △ 대선과 총선의 주기적 불일치 △ 정책의 일관성 부재 △ 비참한 대통령들의 말로 △ 정치보복의 악순환 등의 상황도 개헌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일제교육 도입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그동안 카드만 여러 차례 만지작거린 개헌 논의는 과연 추진력을 받을 수 있을까. 개헌 발의 기준인 재적의원(300석)의 절반(150석)을 훌쩍 넘긴 '슈퍼 여당'의 존재는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또 국회 의결을 위해서는 200석이 필요하다. 만약 민주당이 정의당(6석), 열린민주당(3석), 친여 성향 무소속(1석) 등과 연합(190석)한 뒤 미래통합당의 일부 이탈표를 확보한다면 개헌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당도 개헌 논의 자체에 문을 닫은 건 아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박 의장의 개헌 제안에 대해 동참할 의사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내용을 가지고 개헌을 하려고 하는지를 두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그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권력구조 개편 제의가 있으면 적극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8년 개헌 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다만 대통령 집권 후반기로 가면서 개헌 논의가 힘을 빠질 수 있다는 점, 국회 원 구성 진통으로 야당의 반감이 커진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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