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죽으면 책임질게"…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살인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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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책임질게"…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살인죄 가능할까

주영민
기사승인 : 2020-07-06 16:11:53
법조계 "미필적 고의·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가능"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을 켜고 빨리 가려고 한 게 아니냐."

지난달 8일 오후 3시15분께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차로를 변경하려던 민간 구급차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구급차는 폐암 4기 80대 환자를 이송 중이었다.

하지만, 목적지인 강동경희대병원을 100m가량 앞두고 벌어진 택시기사와의 실랑이로 해당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쳤고, 결국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구급차 운전자와 환자 보호자는 택시기사를 향해 "응급 환자가 있으니 우선 병원에 모셔다 드리자"고 했지만 기사는 반말로 "지금 사건 처리가 먼저지 어딜 가냐, 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

택시기사는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을 켜고 빨리 가려고 한 게 아니냐"고 주장하며 응급차 뒷문을 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응급차를 막아 환자를 숨지게 한 택시 기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원 이미지. [본사 자료]

이처럼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택시기사는 어떤 혐의를 적용받게 될까.

먼저 의료계에선 A 씨의 혐의로 응급의료법 위반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응급의료 등의 방해금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에는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협박·위계·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시 벌칙 제60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조계에선 택시기사의 행위에 따른 결과와 발언에 주목한다. 택시기사가 구급차를 지체한 행위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게 될 경우 살인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을 최초 알린 교통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사건 당시 지체된 10여분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진다면 A 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현행법은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이 있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행위가 타인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지 또는 예상했다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미필적 고의'다.

A 씨가 환자를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진 않았지만, 그 행위로 인해 환자가 사망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특히 법조계는 A 씨가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고 발언하고 응급차 문을 열고 사진을 찍은 행위 등에 주목한다. 발언과 행위를 생각해보면 A 씨가 구급차에 탑승한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가능성도 있다. 환자 보호자와 응급차 운전자가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며 빠른 이송을 요구한 정황이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서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즉 환자 보호자와 응급차 운전자가 충분히 환자 위험 상황을 알렸기에 A 씨가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므로 마땅히 구급차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보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A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경찰이 형사법과 관련해서도 혐의가 입증될 경우 추가로 입건하겠다고 밝히면서 살인죄 적용 여부는 앞으로 있을 경찰 수사에 맡겨졌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택시기사가 구급차를 막아선 것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죽으면 책임질게'라고 얘기한 것을 보면 진료가 늦어져서 사망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기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급차를 막은 행위가 환자의 사망과 어느 정도 인과관계가 있는지 입증을 해야 하는 데 경찰이 형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살인죄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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