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서울역 폭행범 영장 기각…피해자 "덕분에 두려움 떨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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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폭행범 영장 기각…피해자 "덕분에 두려움 떨게 돼"

주영민
기사승인 : 2020-06-05 09:15:29
법원 "경찰 긴급체포 위법했다"며 영장 기각
피해자 측 "고발한 우리는 두려움 떨게 됐다"
서울역에서 지나가는 30대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때린 '묻지마 폭행' 용의자가 구속을 면했다.

'경찰의 긴급체포가 위법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피해자 측은 "덕분에 이제 피해를 고발했던 우리는 두려움에 떨게 됐다"는 심경을 밝혔다.

▲ 서울역에서 지나가는 30대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때린 '묻지마 폭행' 용의자가 구속을 면했다. 사진은 폭행 관련 이미지 [뉴시스]

5일 피해 여성의 가족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보면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인데 비록 범죄혐의자라 할지라도 주거의 평온 보호에 예외를 둘 수 없다' 최근 본 문장 중 가장 황당하다"며 "덕분에 이제 피해를 고발했던 우리들은 두려움에 떨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글은 피의자 이모(32) 씨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공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4일) 상해 혐의를 받는 이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장문의 기각 사유를 내놓았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은 인근 CCTV 영상과 주민 탐문 등을 통해 피의자의 성명, 주거지,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뒤 피의자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전화를 걸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해 주거지로 들어간 뒤 잠을 자던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땐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해야 한다"며 "긴급체포 제도는 영장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긴급체포가 위법한 이상 그에 기초한 이 사건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속 영장 기각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영장 기각 소식을 담은 뉴스 댓글에는 '영장 없이 체포했다는 이유만으로 풀어주다니 말이 되냐', '보복 범죄 발생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똑같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데도 풀어주다니', '피해자가 판사의 가족이었어도 풀어줬겠나' 등 비난 글이 지속적으로 달렸다.

이 씨는 지난 2일 오후 7시 15분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검거됐다. 그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께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일면식이 없는 30대 여성의 왼쪽 광대뼈 부위를 가격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피해 여성 가족이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게시물은 '서울역 묻지마 폭행'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온라인상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피해 여성은 사건 당시 서울역의 공항철도 출구 쪽 한 아이스크림 가게 인근에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피해 여성에 따르면 서울역사 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공항철도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와 어깨를 부딪치며 욕설을 했다.

이에 화가 난 피해 여성이 "뭐라고요?"라고 소리치자 남성은 바로 욕설과 함께 눈가를 때렸다. 이후 남성은 한 차례 더 폭행하려 했지만 피해 여성이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지르자 현장에서 달아났다.

피해 여성은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울역에 CCTV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 대낮에 여전히 약자(특히 여성)를 타깃으로 한 묻지마 폭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비춰 공론화시키기 충분한 문제인 것 같다"며 "제가 건장한 남자였거나, 남성과 같이 있었다면 과연 이런 사고를 당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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