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전기 없이 1시간 내 세균감염 진단..."항생제 오남용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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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없이 1시간 내 세균감염 진단..."항생제 오남용 줄인다"

김들풀
기사승인 : 2020-05-18 21:01:03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세균감염·내성 진단하는 수동 기구 개발 국내 연구진이 전기 없이 손가락으로 장난감을 돌리듯 간단히 세균 감염성 질환을 1시간 내 진단하는 기구를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조윤경 그룹리더(UN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장난감 '피젯 스피너'를 닮은 수동 진단 기구를 이용해 수일이 걸리던 감염성 질환 진단을 1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100% 진단 정확도를 보여, 향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오지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논문명 '요로감염의 치료 시점을 진단하는 피젯 스피너(A fidget spinner for the point-of-care diagnosis of urinary-tract infection)'로 5월 19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 일반 피젯 스피너 장난감(좌)과 진단용 스피너(우). 한손으로 중앙부위를 잡고 다른 손으로 스피너의 날개를 회전시켜 작동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복통, 유산, 뇌졸중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세균성 감염질환은 보통 하루 이상 걸리는 배양 검사가 필요한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큰 병원에서만 가능해 검사에 1~7일이 소요된다.

때문에 작은 의원에서는 증상만으로 항생제를 처방하거나 맞지 않는 항생제를 사용하면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이 높아진다. 1단계 항생제는 500원에 불과하지만 4단계 항생제는 100만원에 달하며 마지막에는 항생제로 해결할 수 없는 슈퍼 박테리아까지 출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진단시간 단축을 위해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여러 처리 기술을 단일 회로에 집약해 놓은 장치 '칩 위의 실험실(lab on a chip)'로 불리는 미세유체칩 연구 결과를 여럿 내놨다. 마이크로미터(1천 분의 1 mm) 크기 구조물에 시료를 흘려 여러 실험을 한 번에 처리하는 원리다.

하지만 미세유체칩 구동에는 일반적으로 칩 내 시료를 이동시키기 위한 복잡한 펌프나 회전장치 등 전기를 이용한 제어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이나 오지에서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적은 힘으로도 빠르게 오랫동안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 장난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손으로 돌리는 미세유체칩을 구상했다. 또 교신저자가 2014년 개발한 기술 'FAST'(fluid-assisted separation technology, 원심력을 이용한 입자분리용 디스크에서 필터 아래쪽에 마중물을 채워 작은 힘으로도 막힘 현상 없이 빠르게 입자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를 응용했다.

연구진은 회전으로 병원균을 농축한 다음, 세균 분석과 항생제 내성 테스트를 순차적으로 수행하도록 기구를 설계했다. 진단용 스피너에 소변 1ml를 넣고 1~2회 돌리면 필터 위에 병원균이 100배 이상 농축된다. 이 필터 위에 시약을 넣고 기다리면 살아있는 세균 종류와 농도를 색깔에 따라 맨눈으로 판별할 수 있다.

세균 검출 후에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진단용 스피너에 항생제와 섞은 소변을 넣고 농축시킨 뒤, 세균이 살아있는지 여부를 시약 반응으로 확인한다. 이 과정은 농축에 5분, 반응에 각각 45분이 걸려 2시간 내에 감염과 내성 여부를 모두 진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도 티루치라팔리 시립 병원에서 자원자 39명을 대상으로 병원의 배양 검사와 진단 스피너 검사를 각각 진행해 세균성 질환을 진단했다. 실험 결과 진단스피너로 검사 결과를 1시간 이내에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배양에 실패한 경우까지 정확히 진단해 냈다.

이는 현지 기존 처방으로는 59%에 달했을 항생제 오남용 비율을 0%로 줄일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조윤경 그룹리더는 "이번 연구는 미세유체칩 내 유체 흐름에 대한 기초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미세유체칩 구동법을 개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공동 제1저자인 아이작 마이클 연구위원은 "진단용 스피너는 생산 비용이 개당 6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들풀 IT과학 전문기자 itnew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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