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일하는 국회법'까지 발의해놓고 '가장 일 안한' 20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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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법'까지 발의해놓고 '가장 일 안한' 20대 국회

김광호
기사승인 : 2020-04-29 17:08:57
법안 처리율 35.6%에 그쳐…17대 51%·18대 44%·19대 41%
법안소위도 상임위 당 1년에 10번 꼴로 열려…문체위가 꼴찌
'일하는 국회법' 발의했으나 회의적…"벌칙 규정도 마련해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대 국회가 한 달가량 남았다. 이번 국회의 입법 실적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하는 국회법'까지 발의해놓고 '가장 일 안한 국회'로 기록될 판이다.

20대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지만 그 중 상당수는 처리되지 못한 채 여전히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3월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현재까지 계류중인 법안은 모두 1만5456건에 달한다. 이 법안들은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내달 29일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모두 자동폐기된다.

특히 발의된 법안 중 이날까지 처리된 것은 35.6%에 불과하다. 17대(51.0%), 18대(44.5%), 19대(41.9%) 법안 처리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폐기된 법안은 16대 국회에서 882건, 17대 국회 3582건, 18대 국회 7220건, 19대 국회에선 1만190건이었다.

역대 '마지막 임시국회' 사례를 봐도 전망이 어둡다. 17대 국회에서는 75건, 18대 185건, 19대 329건만이 마지막 임시 국회에서 처리됐다. 결국 대부분의 법안들이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지난 4년 20대 국회(2016년 5월 30일~2020년 4월 19일)의 법안 심사 현황을 살펴보면 19개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 포함) 내 법안소위원회(발의 법안을 검토하는 첫 단계)는 총 702회 개최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임위 한 곳 당 1년에 10번 꼴로 법안소위가 열린 셈이다.

4년 동안 19개 상임위에 제출된 2만4000여건의 법안 중 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1만2381건이었고, 처리한 건수는 7106개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총 1847시간16분의 시간이 걸렸는데, 법안 하나당 심사 시간은 8.95분에 불과했다. '날림 심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임위 가운데 기획재정위와 환경노동위가 각각 20대 국회에서 86번, 72번 열려 법안소위 개최 횟수 1, 2위를 기록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개최 횟수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 4년 동안 문체위는 법안소위를 총 5번 열었고, 겸임 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가 6번의 소위를 개최해 뒤를 이었다.

▲그래픽=김광호 기자


이처럼 20대 국회가 의정 활동에서 '태업'을 반복한 원인은 대통령 탄핵,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등을 거치며 여야 간 대립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 장외 투쟁을 시작하자 논의는 국회 밖으로 옮겨갔고, 법안 심사 대신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한 예로 법안소위 개최 최하위를 기록한 문체위는 지난해 11월에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지만 여야 간 대립으로 파행되기도 했다.

문제는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으면 상임위원회에서 적체되거나 졸속처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법안소위는 수석전문위원이 법안의 내용과 쟁점을 설명하면 이후 의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찬반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법안소위를 자주 열어야 쟁점법안에 대한 정당 간 견해차를 좁히고 비쟁점법안은 신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불출마 의원은 본회의, 상임위와 소위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도록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법안소위를 주 1회 꼭 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앞서 국회는 지난해 4월에도 법안소위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하라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를 지키지 않아도 벌칙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입법 주체인 의원들이 스스로 옭아맬 법을 만들 가능성은 작다"면서 "'일하는 국회법'도 태업에 따른 불이익이나 벌칙을 강제하지 않는 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 국회와 비교해봤을 때 이번 국회의 경우 의원들이 의정활동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슷한 법안들을 쏟아내 법안 처리율이 떨어진 경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21대 국회가 진정으로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법안들을 쏟아내기보다 숙의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법안을 발의하려는 의원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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