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車부품업 생태계 붕괴 위기…자금난에 땅 급매로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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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부품업 생태계 붕괴 위기…자금난에 땅 급매로 팔아

김혜란
기사승인 : 2020-04-28 08:13:54
수출 48% '뚝'…전세계 셧다운+수요감소에 줄도산 위기
부품사 94% 투기등급 자금조달 사실상 불가능…"운영자금 공급시급"
부산주공 토지처분…부품업계 "정부대책 유명무실"·"대출창구 막혀"

국내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 완성차 공장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자동차 수요 위축까지 본격화되면서 '생산 중단→판매 부진→생태계 붕괴'라는 악순환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자동차 판매 감소로 기아자동차 국내 수출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지난 27일 오후 경기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뉴시스]


자동차 부품 분야는 한국 전체 수출의 5%를 차지하는데,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48%나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업 종사자 52만 명 중 37만 명이 부품업에 종사한다. 완성차 업계에 비해 체력이 달리는 부품사들은 당장 자금 지원이 없다면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 3365개 중 94%는 신용도가 '투기 등급'(BB 이하) 수준이다"며 "BB보다 낮은 B등급 이하만 해도 84%(2836개)에 달하는데, 이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화성 소재 K 부품사의 재경팀 차장 A 씨는 "장단기차입금으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겠냐"라고 한숨 섞인 목소리를 냈다.

부품사들은 국내외 생산기지를 가동하기 위한 운전자금(경영에 필요한 비용)을 이러한 차입금으로 충당하는데, 금융권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 사의 장단기차입금은 500억 원인데, 현재 이보다 더 큰 금액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자동차 등 기간산업에 대해 40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이 이뤄진다고 지난 22일 발표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A 차장은 "정부 대책은 '생색내기용'일 뿐, 실무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하나도 없다"며 "물론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주 안으로 신용평가가 끝나긴 하지만 결과는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달 3일 이후로 인도, 미국 현지 공장이 생산을 재개할 수도 있는데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안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영 위기에 빠진 부산주공은 땅까지 팔았다. 이달 24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부산 기장군에 있는 토지를 "자금유동성 개선 및 재무구조 강화" 목적으로 처분했다.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 대책 발표 이후 이틀만의 일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유럽 등 수출길이 막혔는데 회사가 숨 쉴 틈이 있겠냐"라고 토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7일 부산주공의 전환사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대상에 올렸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800%를 넘겨 기한 이익 상실과 유동성 위험 확대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공백이 생기는 곳도 있다.

매출의 70~80%가량을 수출에 의존하는 자동차 설비·부품 W 사는 글로벌 기업이 주 고객이다. 현대차 미국법인 등 해외 주재 한국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회사들은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W 사는 이런 혜택에서 제외돼 손을 벌릴 틈이 없다.

수출 기여도나 수출 효과가 높다고 볼 수밖에 없는 해외 한국 법인과의 거래를 먼저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무역보험공사 측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 자동차 부품사 수출의 70%가 현대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의 해외법인과의 거래다. 나머지는 W 사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다.

W 사 관계자는 "단순히 설비 수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설비 운영을 돕기 위한 인력들도 함께 나가야 하는데 출입국 규제와 이동제한에 발이 묶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뜩이나 설비·장비 분야는 수주가 뚝 끊기기도 했고, W 사처럼 기업마다 처지가 다른데 업종별 지원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위원은 "다른 선진국처럼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에 따라 돈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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