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훈 선임연구위원 "12.16대책과 후속조치 부동산 시장 큰 충격"
"과거 경험, 거품 강남에서 먼저 끼고 먼저 꺼졌다"…집값 하향안정 전망
"현재 서울 25개 구 중 18개 구 아파트값은 거품이 끼어 있습니다. 강남을 중심으로 가격상승 기대심리가 아파트값을 올리고 높아진 가격이 다시 기대심리를 높이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거품이 2년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말 발표된 12.16대책과 올들어 이어지는 후속조치의 효과가 나타나 거품이 꺼지면서 아파트값이 하향안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서울 지역별 아파트 가격 거품 가능성 검토' 보고서를 내놓아 주목을 받은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시장을 이처럼 분석하고 "거품은 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합리성'을 기준으로 거품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 25개 구별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 월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합리적'인 상승 흐름이 1년 이상 지속되고 가격 변동성도 커진 곳을 '거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종로구, 중랑구, 강북구 등 7개구를 제외한 나머지 18개 구를 거품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았다.
그는 "12.16대책과 후속조치가 이어지면서 시장에 굉장히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거품이 점차 꺼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위원은 2018년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거품 가능성' 보고서에서 한강 이남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이미 거품이 시작되었고, 한강 이북은 거품에 근접한다고 평가하며 서울아파트 과열을 예고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 날인 3일 윤 선임 연구위원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한 근거는
"내재가치는 현실에서 발표되는 자료가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내재가치가 다 있을 텐데, 추정을 해야 한다. 내재가치라는 건 주거에 대한 서비스로부터 얻는 가치이기 때문에, 가격상승 기대감은 없고 오직 주거환경이나, 저금리, 경제성장, 주가 등 객관적 변수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전세 가격은 기대심리와 관계없이 주거로부터 얻는 서비스 값의 대리변수로 생각할 수 있다. 전세 가격을 아파트 내재가치의 대리변수로 간주한 뒤, 집값과 전셋값의 변동성을 비교했다. 이를 근거로 내재가치와 실제 가격 차이가 1년 이상 장기간 지속했는지, 가격이 비합리적인 기간에 아파트 가격 변동성도 커졌는지 등을 따져보고 3가지 기준이 다 충족이 되면 거품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근본적으로 거품이 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외환 위기 때 집값이 폭락했는데, 전세가격은 집값만큼 폭락하지 않았다. 경제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게 아니라 수요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전셋값이 별로 안 떨어진 거다. 그렇다보니 집값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조금만 돈을 얹으면 집을 살 수 있겠다는 심리가 생겨나고,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면 '집 살 때다, 집 사면 돈 번다더라'는 심리가 서로 형성되기 시작한다. 집을 산 사람들은 성공했고, 주위 사람은 부러워하고. 이런 게 반복되면서 집값을 끌어올린다. 2008년 이후에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 이전인 2006~2008년 갭투자가 성행했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는 왜 생기나
"저금리가 가장 큰 요인이다. 내재가치라는 건 주거로 느끼는 서비스를 현재가치로 계산하는 거다. 현재가치로 계산한다는 것은 가치의 분모에 금리가 들어가고, 금리가 계속 떨어진다는 얘기는 분모가 계속 줄어든다는 말이다. 분자에 변화가 없더라도 그 값은 커진다. 그러니까 집값은 계속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지역이 거품이 낄 확률도 높다고 볼 수 있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새로운 학교가 들어서거나 지하철역, 공원이 생기는 등 집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고 이런 경우는 거품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럴 땐 전셋값과 집값이 같이 올라간다. 근데 같이 올라다가다 더 오를 것 같아서 사람들이 더 사기 시작하면 거품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다. 강남의 경우는 사람들의 심리다. 강남 지역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다른 지역에서 투자하거나 집을 사려는 사람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한다. 강남에서 집값이 오르다 보니, 다른 지역으로 들어갔다가 다른 지역 집값을 올리고, 강남 집값이 떨어지니까 다른 지역도 같이 집값이 하락하는 움직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2008~2009년 집값 폭락의 이유를 금융위기 영향으로 설명했는데, 당시 주택 공급 등 정책도 관련이 있지 않나
"주택 공급량은 테스트를 안 해봤지만, 그 당시 잠실과 반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분양이 되고 입주가 시작됐다. 그것도 영향을 끼쳤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말에 주식시장이 엄청 호황이었고, 경상수지도 흑자가 났고, 집값도 엄청 올라갔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 신도시 입주가 되면서 거품이 꺼졌고 IMF 외환 위기 때까지 집값이 쭉 떨어졌다. 공급물량이 확대되는 것도 집값 거품을 꺼뜨리는 데 상당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09년 서울시 집값의 거품이 꺼진 건 신규입주가 다른 어느해 때보다 많았던 영향으로 기억한다."
—부동산대책으로 거품이 꺼질수 있지만 풍선효과 가능성도 있는데
"과거 경험을 보면, 강남에서 시작해서 강남에서 먼저 꺼졌다. 강남에서 꺼지면 시각적으로 볼 때 다른 지역은 안 꺼지니까,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작이 늦어서 늦게 꺼지는 것일 수도 있고, 강남이 비싸서 늦게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풍선효과 때문일 수도 있는 거다. 착시일 수도 있고, 진짜 풍선효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거품이라는 게 5년, 10년 갈 수는 없다. 만약 5년, 10년 간다면 거품이 아니라 그게 진짜 가격이다. 아무래도 시차를 두고 같이 꺼질 것으로 본다. 이번 주택대책이라는 게 굉장히 큰 충격이다. 전세대출도 잡고, 주택담보대출도 잡고, 종부세나 실효세율도 엄청 올려놨다. 서울 전체를 봤을 때도 거품이 낀 지 2년 5개월이 지났다. 거품이 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향후 집값 변수로 작용할 요인들은 무엇이 있나
"일단 아까 말한 저금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경기가 안 좋아지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 것 같다. 또 주요국가들은 여전히 주택가격이 강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것이 영향을 좀 끼치지 않을까 한다. 거품이 떨어질 때에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떨어질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지금이 금융위기 같은 상황은 아니니까, 1990년대 초반 집값이 하향안정화했듯이 매년 서서히 안정되면서 전셋값만 야금야금 올라가는 형태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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