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설상가상' 항공업계…"바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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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항공업계…"바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김이현
기사승인 : 2020-01-30 16:45:02
'보이콧 재팬' 이어 '우한 폐렴' 악재 겹쳐…中 노선 운항 중단
제2의 '사스·메르스' 사태 확산 우려…노선 다각화 계획도 차질
오너 리스크⋅과당 경쟁 등 내부요인 이어 대외 환경까지 악화
상반기 실적악화 불가피…"회복 기대하면서 허리띠 졸라매야"
▲지난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문재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 바람으로 동남아‧중국 노선을 늘렸지만, 악재가 또다시 겹친 것이다. 특히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적 악화도 문제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HDC그룹에 새 둥지를 틀었다. 주인이 바뀌고 있는 과정에서 중국 노선에 직격탄을 맞은 만큼 인수자인 HDC 입장에서도 전략상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대한항공 역시 남매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경영권 분쟁 국면이다. 고전하고 있던 저가항공사(LCC)업계는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인원·노선 정리 등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내부 문제가 산적한데다 외부 요인이 결합되면서 항공업계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잇따라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 28일 에어서울은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제주항공도 이날 무안~산야 노선 운항 중단을 시작으로 30일 무안~장자제, 다음 달 1일 부산~장자제, 인천~난퉁, 인천~산야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대한항공 역시 주4회 운항하던 인천~우한 노선을 3월 27일까지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1일부터 인천~구이린 노선과 인천~하이커우, 다음 달 3일부터는 인천~창사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또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등도 중국 일부 노선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항공사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운항 재개 일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노선은 중단했지만 항공업계는 울상이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여객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일부 일본 노선 운항을 중단하거나 감축했다. 이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노선 다각화에 나섰다. 이를 회복하기도 전에 중국 하늘까지 막히게 된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이콧 재팬으로 중단한 일본 노선도 아직 재개하지 못했고, 여객 수요도 적은 상황이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면서 "전 세계에서 확산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 등 다른 해외 여행객도 줄어들면서 이미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업계 모든 항공사들이 중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보고 있는데, 연초부터 악재가 터졌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각국 정부의 대응에도 당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자수와 사망자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올해 1∼2분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노선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에 노출되며 항공사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 기준 국내 항공사의 중국 노선 비중은 아시아나항공이 19%로 가장 높고, 제주항공(15%), 대한항공(13%), 티웨이항공(4%) 순이다.

▲국내 항공사 중 중국 노선 비중이 가장 높은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부터 3개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정병혁 기자]

제주항공을 제외한 저가항공사(LCC)들의 경우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낮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향후 중국 노선을 확대하려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긴다. 지난해 중국 노선을 신규 배분할 때, 중국 여객 노선 38개 중 30개(79%), 운항횟수 139회 중 118회(85%)는 모두 LCC 몫이었다. 실적 악화가 계속되던 항공업계 전반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더욱이 피해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가 확산한 2003년 3월 외국인 입국자 중 중국인 비중은 10% 수준이었으나, 2019년 11월에는 35%에 달했다"며 "중국인 여객 감소에 따른 외국인 입국자 감소 폭이 사스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전 지역 수요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사스 사태 직후 인천공항 기준 국제선 여객수송은 전년보다 38% 감소했다. 해당 기간(2003년 3월~6월) 내국인 출국자수도 전년 대비 23% 줄어들면서 국내 항공사 여객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외국인 방문객은 133만 명에서 75만 명으로 급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염성 질병이 있을 때마다 항공사는 직격탄을 맞아왔는데, 사실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면서 "그저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후 해외여행이 위축되는 분위기를 어떻게 되돌릴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교수는 "2019년은 미중 갈등, 일본 무역규제, 환율, 유가, 내수침체 등으로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는데, 올해는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니까 바닥이 어디까지일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질병에 항공업계는 딱히 자구노력이라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업은 운항이 줄어들게 되면 그 자체가 출혈인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어렵다"며 "업계는 빨리 회복되기를 기대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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