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UPI 월드] 대지진 10년, 더 깊어지는 아이티의 신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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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 월드] 대지진 10년, 더 깊어지는 아이티의 신음 소리

양동훈
기사승인 : 2020-01-13 11:05:18
상당수 건물·인프라 파괴된 채 방치
홍수·가뭄 등 자연재해로 고통 가중
부패·재건 실패로 국제지원도 '시들'
2010년 1월 11일(현지시간) 리히터 규모 7.0의 대지진으로 약 30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중미 섬나라 아이티에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지진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CNN이 13일 보도했다.

지난 10일 조베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은 "지진으로부터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상처가 깊다"며 "10년이 지났지만, 국민을 부양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와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진이 일어난 직후 전 세계가 아이티를 주목했다. 뉴욕의 소방관, 아이슬란드의 구조대원, 이스라엘의 병원 텐트, 중국의 탐지견,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아이티로 향했다. 수백만 달러의 기부 서약이 이어졌다.

당시 아이티에서 취재와 구호활동을 했던 CNN의 산제이 구드파는 "전 세계가 아이티와 함께 하는 것 같았다"며 "아이티에 대한 지지와 연민이 집단적으로 분출했다"고 말했다. 아이티의 사람들은 이러한 집단적 연대를 통해 희망을 가졌다.

아이티 북부에 있는 도시 마일로의 산부인과 의사 해롤드 프레빌은 "지진 직후 나는 많은 희망을 느꼈다. 재난 극복 과정에서 국가의 공적 서비스가 나아지고 모두의 삶이 개선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 국가에 대한 희망은 거의 없다"고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정부가 자리 잡았던 국가궁전을 비롯해, 아이티의 주요 건물과 기초 인프라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재건되지 못했다. 재건된 건물들 역시도 다음 지진을 대비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복구되지 못한 포르토프랭스 대성당 [CNN 캡처]

지진 이후 이어진 허리케인, 홍수, 가뭄으로 아이티 사람들의 고통은 계속됐다. 콜레라가 창궐했고, 정부는 부패했다.

지진 이후 구호활동을 벌여온 아이티 심리학자 마릴린 나로미 조셉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살아갈 수 있지만 영구적인 스트레스가 몸을 떠나지 않는다면, 심리적으로 완전히 지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이후 노숙하는 정신질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아이티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고, 연료 부족과 식량난도 겪고 있다. 유엔에서 재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3월까지 아이티인의 40%가 식량 부족에 직면할 것이며, 적어도 10%가 심각한 수준의 식량난을 겪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치적 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지진 이전 과거 정부가 제대로 지어지지도 않은 도로와 빌딩에 막대한 예산을 지불했으며 기반 시설 사업에 수백만 달러를 낭비했다는 공식 보고서가 나오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시위대는 모이즈 정권이 부패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는다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티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도 식고 있다. 2019년 UN은 아이티 구호에 필요한 자금 중 3분의 1만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아이티의 경제학자이자 기업가인 에저 에밀은 "아이티의 재건이 성공적이었다면 좋은 사례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을 것"이라며 "재건이 실패하자 사람들은 아이티를 거들떠보지도 않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KPI뉴스 / 양동훈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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