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울산 선사시대 '반구대 암각화' 50년째 보존방안 논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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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선사시대 '반구대 암각화' 50년째 보존방안 논쟁 중

김잠출 객원
기사승인 : 2019-12-18 15:29:54
울산시, 유네스코 문화유산 우선등재 신청
문화재청, 내년 수문설치 용역예산 실패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의 보존방안과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논란만 거듭하며 표류하고 있다. 내년이면 암각화 '발견 50년'이 되어가지만 논쟁만 계속하면서 암각화는 물 속에 방치된 채 훼손만 더해지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10년 전 잠정목록에 올렸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 반구대 암각화 전경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지난 4월 국무총리실과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문화재청과 사연댐의 수위를 영구 조절하는 협약을 9월에 맺고, 2020년에 수문 조절 방식과 사연댐 하류 치수 영향 분석 등의 용역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용역 사업들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한 자체동력이 상실되었고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등재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애초 문화재청은 등재 조건 중 하나인 '사연댐 영구수위조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내년도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비' 2억원 확보에 실패했다.

모두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를 물고문 상태로 계속 방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지금껏 보존에 대한 진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걸림돌은 '대체식수 확보'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반복되는 침수와 노출로 암면이 약해져 균열이 생겨 훼손이 진행되고 있는데 울산시와 정부는 2008년 사연댐 수위조절이란 원칙에 합의했다. 이후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됐다. 문화재청과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가 댐 수위를 낮춰도 울산시민이 쓰는 물이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보는 반면에 울산시는 다른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시민 식수로 쓰는 물 부족을 이유로 대체 수원 확보 대책을 먼저 마련하기 전에는 댐 수위를 낮출 수 없다고 고집했다.

▲ 발견 당시 사진

울산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신청

울산시는 지난 13일 대곡천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기 위해 문화재청에 우선등재 신청을 했다. 문화재청은 내년 1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우선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우선등재 목록에 오르면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기 전까지 울산시가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 관리 방안 마련하는 등 여러 준비를 실행해야 한다.

이미 가야 고분군과 한국의 갯벌이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목록에 먼저 올라 있어 대곡천 암각화는 그 뒤에 신청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로 유네스코에 매년 한 개씩 등재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 다른 암각화와 다르게 세계 최초의 고래잡이 포경 유적이라고 평가된다"며 "그래서 이 점을 집중 부각시켜 문화재청에 우선 등재목록 선정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2020년 우선등재 목록 선정, 2021년까지 보존 관리 방안 마련 등을 비롯한 신청서 보완, 2022∼202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및 등재 확정을 기대하고 있다.

이후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현장실사와 보완을 거쳐 최종 세계유산으로 최종 결정된다.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과 완전성은 구비하고 있지만 항구적 보전을 위해서 침수 수위조절, 암석고정화 등 보전관리정책이 겉돌고 있어 실행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20년 째 논쟁뿐인 암각화 보존대책

지난 20년간 문화재청은 보존 방안으로 '사연댐 영구수위조절'을 끊임없이 울산시에 요구해 왔다. 영구수위조절은 사연댐 여수로 일부를 잘라내, 그 자리에 수문을 설치하고 댐 수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홍수나 폭우 때 댐을 방류해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다 2013년 6월 문화재청은 투명구조물 '카이네틱 댐(Kinetic Dam)' 설치라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울산시와 보존방안 협약을 다시 체결했다.
'솔로몬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던 이 방안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모형실험에만 혈세 30억원을 날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반구대 암각화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전 현장을 방문했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에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현장을 방문했다. 현직 시장을 배제하고 야인이었던 송철호 변호사를 대동해 공약 실현을 약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관심도가 높아졌다.

선거 때마다 대선 후보들과 장관들이 암각화를 방문해 보존방안 마련과 울산시의 식수문제 동시해결을 내세우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공약했지만 여전히 무대책이다.

지금까지의 주장을 정리하면 세 갈래로 압축된다. 우선 영구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고 그 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역사문화관광자원화 활용 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식수문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고 암각화 관리는 더 이상 울산시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또 울산시는 식수와 관련된 과학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정부의 권고대로 무조건 사연댐 수위를 낮춰야 하며 정부와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주장의 대부분은 울산시가 답해야 할 과제이다.

1971년 12월 선사시대로 통하는 비밀의 문 열렸다

반구대 암각화는 천전리 각석이 발견된지 꼭 1년 만인 1971년 12월25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린다. 발견 당시 선사 시대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 열렸다며 한국 사학계가 발칵 뒤집혀졌다.

암각화에는 고래와 상어, 거북 같은 바다 동물과 사슴, 호랑이 등 육지 동물, 사람이 작살로 고래를 잡거나 활을 들고 사슴을 쫓는 모습 등 70여 종 300여 점에 달하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3500년에서 7000년 전 선사인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귀신고래와 혹등고래, 수염고래, 향유고래, 돌고래, 범고래 등 58점의 고래 그림도 새겨져 있어 이 암각화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으로 평가된다. 반구대 암각화가 국제 학계에 소개되기 전까지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암각화가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으로 인정받았다.

암각화에는 선사인들이 배를 타고 끈이 달린 창으로 고래를 잡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울산 주변 동해안에서 고래사냥이 활발했던 사실은 물론 인류 최초의 포경 장면도 알 수 있다. 연근해에서 볼 수 없는 향유고래가 새겨져 있어 선사인들이 먼 바다까지 포경을 나갔던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나라 선사미술의 효시로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의 폭 10m, 높이 4m 크기의 바위에 다양한 그림이 새겨져 있다. 신석기 말~청동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1995년 암각화를 국보 제285호로 지정했다.

주변에는 대곡박물관을 비롯해 울산암각화박물관, 집청정, 반구대(포은대), 반고서원 유허비, 모은정이 있고 천전리 공룡발자국 화석과 국보 147호인 천전리 각석이 있다.


KPI뉴스 / 울산=김잠출 객원 기자 kj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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