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박형란의 토닥토닥] 성장기 자녀와 갈등이 생길 때, 마음의 거리를 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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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란의 토닥토닥] 성장기 자녀와 갈등이 생길 때, 마음의 거리를 둬 보세요

UPI뉴스
기사승인 : 2019-11-26 11:24:38
낮이 짧아진 요즘, 자녀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은 다소 길어진다. 진로결정을 앞둔 자녀를 보면서 머리를 맞대는 가정도 많다. 무슨 일이든 의견이 일치되기가 쉽지 않기에 각 가정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아마 부모가 가장 마음이 편안할 때는 자녀가 공부에 전념하고 성실하게 생활할 때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공부만 하면 되는데 뭐가 걱정이니?"라는 말을 들을 때 불만이 생긴다고 한다. 학습에 대한 관심과 능력은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야 생긴다. 학교에서 협조가 잘 되는 또래와 어울리며 긍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환경에 있을 때 공부를 하고 싶어진다.

▲ 특히 청소년 자녀에게는 심리적 거리를 두고 '먼 친척' 대하듯이 하면 서로 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셔터스톡]

청소년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발달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에 있기에 뭔가 제대로 안 되면 갈등을 겪게 된다. 청소년기의 갈등은 혼란, 스트레스, 반항, 부정적 성향 등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물론 순조로운 성장과 긍정적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런 면은 당연히 여겨 자녀를 칭찬하거나 격려하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기 쉽다. 부모에게는 자녀가 부딪히는 갈등과 번민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어서 자녀가 갈등을 해결하고 평안하게 할 일에 집중하기를 고대하곤 한다.

자녀가 열 살이 넘으면 부모도 자신만의 삶을 가꾸어 가는 게 자녀에게 도움이 된다. 성장기 자녀는 부모에게 의존하면서도 독립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행동주의 과학자들은 자녀가 어려서부터 행동의 주도권을 자녀에게 넘기는 게 좋다고 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애원하고 화내기를 반복하면 자녀의 긍정적인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보다 자녀가 먼저 말을 걸어오게 하고 부모 가까이 다가올 때 함께 놀고 대화하기를 권장한다. 더 자상하고 덜 나무라고 덜 명령하는 게 좋다. 특히 청소년 자녀에게는 심리적 거리를 두고 대해야 한다. 어느 교육학자는 부모가 자녀를 '먼 친척' 대하듯이 하면 서로 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심리학자들은 개인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마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숨겨진 차원'이라는 저서에서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건강한 삶이라고 했다. 이를 공간적으로 필요한 거리개념으로 연구했다. 그 네 가지 거리는 '친밀한 거리(15cm)', '개인적 거리(45cm)', '사회적 거리(1.2m)', '공적인 거리(3.6m)'이다. 개인이 자기를 지키기 위해 허용하는 영역을 그렇게 구분했다. 10대에 들어서면 자녀는 부모와 가족 간의 다정하고 밀착된 거리(15cm)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또래집단 사이에서 개인적 거리를 두고 사회성을 발전시킨다. 더 나아가 학교나 학원, 스포츠센터 등에서 사회적 거리를 지키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경험을 한다. 부모는 성장기 자녀에게 여전히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그러나 거리를 두고 한 발짝 물러서서 자녀가 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하게 하는 게 좋다.

가끔 학생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학교에서는 일이 원만히 해결되었는데 부모가 찾아와 호소하는 일이 있다. 부모는 자녀가 겪은 고통과 아픔이 참기 어려워 학교에 왔다고 한다. 자녀 자신은 이미 괜찮다고 말하지만 부모는 학교에서 직접 확인하려고 한다. 때로는 자녀의 교우관계 문제까지 해결해 주려고 한다.

자녀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부모에게 전가한다. 부모에게 짜증 난 일, 억울한 일, 열등감을 느껴 힘든 일, 자기 의사 표현을 못해 속상한 일을 맘껏 풀어 놓고서는 후련해한다. 그 후 자신의 일에 몰두하거나 친구들과 떠들고 논다. 부모에게 감정을 투척해버려서 이미 개운하다. 그런데 부모는 자식의 감정과 생각을 끌어안고 힘들어한다. 이런 자식들의 '감정 전가'에 부모가 휘둘려서 약해지면 자식은 계속 의존적인 상태로 머문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생각과 감정의 분화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누구나 자녀의 아픔을 견디기 어렵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부모에게는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부모 생각대로 판단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식으로 말한다면 자녀는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할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

필자 역시 학부모상담시에는 "아버님, 얼마나 OO가 훌륭한데요. 의젓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아요", "다 때가 있어요. 어머니, 기다리면요. 어머니만의 다른 즐거움을 더 찾아보시면 어떨까요?"라고 자주 말했다. 그러나 정작 집에서 필자의 자녀에게는 웬만해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속상해하며 부모 역할이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내 자식을 남의 자식처럼 객관적으로 대하면 더 안정될 듯하다. 대개 부모자식 사이의 갈등은 자녀와 마음의 거리를 두고 생활할 때 줄어든다. 자녀와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몇 가지 제안해 본다.

■ 자녀가 감정이 격해져 떼를 쓰고 울고불고 해도 스크린 속 장면처럼 바라본다. 스톱워치를 마음속에 둔다. '하나, 둘, 셋' 하며 자녀의 감정이 흐르도록 가만 둔다. 그리고 자녀가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해주기를 원하는지 단순히 감정을 비우고 편안해지고 싶어하는지 구분해본다.

■ 자녀와 심리적 거리를 두는 데 효과적인 언어는 구체적인 지시를 좀 더 이상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다. "이 운동화 좀 정리해", "네가 먹은 그릇은 네가 씻어달라니까"라고 하기보다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하자", "이제 책임 있게 행동할 나이가 되었어. 우리 딸 많이 컸네" 하는 식으로 말해본다. 아이는 간섭받는 느낌을 덜 갖게 된다. 어른스럽게 대접받은 기분으로 자기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 자녀에게 뭔가 충고나 조언을 하고 싶을 때 직접 말하기보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활용한다. 삼촌, 이모나 자녀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메신저 역할을 좀 해달라고 해 본다.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 때로 자녀와 공간적으로 떨어져 보는 방법도 좋다. 자녀가 혼자 해결하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 부모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몰두하거나 드라이브를 하는 등 홀로 있는 시간을 즐겨 보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친밀한 거리 : 개인적 거리를 넘는 것을 허용하는 관계. 가족, 연인, 친한 친구 사이에 해당됨.
개인적 거리 : 동물의 영토권과 비슷한 것으로서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거리. 서로의 팔 길이만큼의 사이. 적당한 친밀감과 격식이 필요함. 
사회적 거리 : 친밀한 스킨십이 허용되지 않는 거리. 대화로 의사소통하며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거리. 격식과 예의가 필요함.
공적인 거리 : 개인과 대중 사이의 거리. 연설, 공연, 강의 등에 적용되는 거리.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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