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세금 100원 깎아 주면 연간 GDP가 평균 102원 증가"
전문가 "감세는 실패한 정책…대기업 위주의 구조개혁이 우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이 급락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2.72%로 집계됐다. 2017년 3.12%였던 잠재성장률이 2년 새 0.40%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하락 폭이 크다. 한국은 OECD 36개 회원국 중 아일랜드(-1.57%포인트)와 터키(-0.70%포인트)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0.14%포인트), 일본(0.03%포인트) 등 18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랐다.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할 경우 2026년에는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감세를 통해 경제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감세 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투입력 약화·자본축적 저하·신성장 산업 부재'로 잠재성장률↓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수준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한 국가의 경제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1990년대 초 7%에 달했던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중반 4~5%대를 기록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3.9%로 떨어졌다. 이후 2017년까지 3%대를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2%대로 주저앉았다.
국내 잠재성장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생산 가능 인구 감소, 기업의 투자 감소, 신성장 산업의 부재 등이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주요노동력인 15~64세 생산가능 인구 규모가 2019년부터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성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경제가 성숙해지고 대내외 경제 충격이 발생하면서 투자가 부진해지고 자본축적이 저하되는 것 역시 잠재성장률 하락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10%를 상회하던 건설, 설비, 지식재산물 분야의 투자 증가율은 2010년대에 들어서는 1~5%로 크게 위축됐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울러 제조업 분야에서 과거 성장을 견인했던 산업들이 지금까지 주력 산업의 역할을 하면서 신성장 산업의 출현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1970년대와 80년대 GDP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높았던 화학 산업은 여전히 30~40년 전과 유사한 GDP의 4%를 차지하고 있다. 2대 수출 품목도 2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반도체와 자동차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감세로 경제성장률 증대?…"세금 아닌 투자 기회의 문제"
일각에서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 GDP 성장에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일 세금 100원 깎아 주면 연간 GDP가 평균 102원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감세는 경제활동 참여 유인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증세를 통한 재정지출 증가보다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더 효율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고, 자본축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끌어올려 줄 기술 혁신 등 신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이라면서 "어느 분야에서 감세하느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법인세 인하나 투자 세액 공제 등 기업의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감세는 성장 여력을 증가시켜서 잠재성장률에 도움에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과 기술개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장 중심의 경제로 가는 것, 즉 기술개발이나 혁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감세를 통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세금을 줄이는 정책을 썼으나 효과가 없었다는 것만 증명됐다"면서 "현재 금리도 낮고 사내보유금도 많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 것은 세금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부품 소재 쪽인데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성장을 견인해 온 경제 구조 때문에 하청기업들이 전속 계약관계 등으로 투자 기회가 막혀있다"면서 "이 같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고 규제를 풀어 제조업 경쟁력 문제와 생산성 저하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면세점 이하 근로자가 많기 때문에 감세는 소비 진작에도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소비자 소득세를 낮춰도 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면세점 밑에 있는 사람에게는 세금 감면 효과가 없다"며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한계소비성향은 낮아 자산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반박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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