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아파트까지 번진 '라돈' 공포…1년 지나도록 대책은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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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까지 번진 '라돈' 공포…1년 지나도록 대책은 오리무중

김이현
기사승인 : 2019-10-29 15:25:29
최근 5년간 1만8682가구서 라돈 확인…주민들, 피해 구제신청
건설사는 '명확한 기준' 없다며 뒷짐…이정미 "도의적 책임져라"
정부, 11월 가이드라인 내놓지만…"보상 강제할 법적 근거 없어"
'라돈' 공포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5월 '라돈 침대'로 논란이 된 이후 속옷과 베개, 매트 등 신체밀착형 제품에서도 검출됐던 라돈이 이번에는 '주거 공간'까지 스며들었다. 아파트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면서 입주자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이 14개 광역지방자치단체(경기·충남·제주 미제출)로부터 받은 '아파트 라돈 검출 피해 신고 접수 내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16개 단지 1만8682가구에서 라돈이 확인됐다. 대부분 주민이 도기·타일 등 건축자재의 라돈 방사능을 측정해 해당 지자체에 신고한 사례들이다.

▲정동영 의원실 제공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폐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흡연 다음으로 라돈이 꼽힌다. 눈에 보이지 않고, 급성적인 증상이 아니라 만성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미국 환경청(EPA)은 해마다 미국인 폐암 사망자의 10% 이상인 2만1000명 정도가 라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축아파트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 경기, 인천, 충청지역 신축 아파트 9개 단지, 60가구에서 실내 라돈농도를 측정한 결과 총 37가구(61.7%)에서 권고기준인 148베크렐(Bq/㎥) 이상이 검출됐다. WHO가 권고하는 기준 수치는 100베크렐이다.

박경북 김포대 환경보건연구소장은 "미세먼지는 혈류를 통해서 혈액암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라돈은 감각기관으로 인지할 수 없는 가스 형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질병이나 암에 걸릴 확률이 크다"면서 "특히 실내에서 호흡을 통해서 피폭되는 것은 수십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이 시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각 단지별 입주자협의회나 대상대책위원회는 라돈이 검출된 자재를 전면 교체해달라며 건설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가 있다며 피해 구제신청을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정부도 지난해 11월 환경부·국토교통부·원자력안전위원회로 구성된 특별전담조직(TF)을 구성해 라돈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오고 있다.

문제는 1년이 지나도록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6월까지 완료 예정이던 정부의 라돈 관리기준 설정 연구용역 보고서 발표는 미뤄진 상태다. 현재까지는 라돈 농도 권고기준을 200베크렐에서 지난 7월 148베크렐로 강화한 게 전부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구원들 간 이견이 있어 최종보고서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아직까지 마땅한 기준이 없어 개선 및 제재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극적 태도는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라돈 피해를 호소한 아파트 주민들이 찾아간 곳은 포스코건설, GS건설 등 대형건설사다. 앞서 정동영 의원이 발표한 '아파트 라돈 검출 접수 내역'에서 건설사별 검출 주택 수는 포스코 건설(5개 단지·5164가구)가 가장 많았다. 이어 부영주택(4개 단지·4800가구), 한신공영(2개 단지·1439가구)순이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공동주택 공기질 측정 의무 개시 시점인 2018년 1월1일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에 대해서는 절차대로 맞춰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문제는 승인 이전의 아파트인데,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법적 기준이 명확하게 나오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재 교체나 보상은 해당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5월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포스코건설 라돈피해 현황 및 라돈석재회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이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포스코건설은 라돈 관련 환경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초과 검출됐음에도 대책마련에 쉬쉬하고 있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시공사에서 건축자재 교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라돈 건축자재 사용 금지와 라돈을 하자보수 대상에 포함하고, 담보 책임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는 등 일명 '포스코건설 라돈방지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라돈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부도 답을 내놨다. 정동영 의원은 지난 21일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전국 아파트 1만9000여가구에서 라돈이 검출됐는데 정부는 1년이 다 되도록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는 방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속도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가이드라인을 거의 다 만들었다"면서 "곧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언급한 가이드라인은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제도에서 수정하는 게 아니라 아예 없던 것을 연구로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 것"이라면서 "라돈 관련 부처합동 대책은 11월 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돈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보상 방안은 담기지 않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법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차원에서 건설사에 강제할 근거도 없다"면서 "이번에 발표될 대책은 건축자재를 사용할 때 사전에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상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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