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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일할 권리를 빼앗는다고?...52시간제 왜곡하는 4차산업위

김들풀
기사승인 : 2019-10-28 11:54:55
장병규 위원장 "주 52시간제로 국가가 개인이 일할 권리 빼앗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실리콘밸리 출신 한국인 개발자 "한마디로 말도 안 돼"
"AI, 4차산업혁명 잘하는 유럽 경우, 주당 평균 노동 시간 40시간 미만"
"산업위 입장, 기업주 배 불리는 70~80년대 개발 독재 마인드와 같다"
지난 25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주 52시간제는 국가가 개인 스스로 일할 권리를 빼앗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에 주 52시간을 이유로 출퇴근을 확인하는 회사는 없다. 해고와 이직은 일상"이라고 주 52시간제 도입 반대 의견을 내놨다.

4차산업위가 내놓은 권고안은 크게 3분야(사회혁신, 산업혁신, 지능화혁신기반), 13개 분과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문은 노동정책 분야다.

▲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공]

4차산업위는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에 개별 기업, 노동자가 주도적・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인재 성장의 걸림돌이 되거나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일률적인 대책을 사회 전체에 강요하는 방식은 문제"라며,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회사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제도는 노동자의 건강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사업장·개인 단위에서 자율적 선택이 가능하고, 다양한 노동 형태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재는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개인적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이다. 인재는 전통적 노동자와 구별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자료 표지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공]

그런데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9개월 동안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이 설문조사나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장 위원장이 지난 3월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일해서 얻는 행복이 혁신에 중요하다"며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일 못 하게 막는 제도"로 주 52시간제 적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 같은 노동 분야의 대정부 권고안은 여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먼저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가 권고안을 꼭 따라야 한다는 법적인 규칙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는 무게가 크다는 점이다.

이번 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은 국제노동기구인 ILO이 제시한 '일과 미래 보고서'의 노동권 보장강화 방안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이 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EU가 FTA를 체결한 70여개국 중 노동조항 미이행을 이유로 패널 소집을 요청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은 '노동 후진국'이라는 국제적인 오명과 함께 한·EU FTA에 관세 불이익 등 직접적인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은 없지만 통관 강화 등 여러 형태의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다. 특히 이번 전문가 패널 소집은 EU가 노동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국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기 위해 강력하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지난 10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정기국회에 제출됐다.

4차산업위 노동 관련 주장에 대해 여러 명의 실리콘밸리 현지 한국인 출신 개발자들에게 취재한 결과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며, "기업마다 문화가 조금씩 다르지만 출퇴근도 있고, 회식도 한다"고 말했다.

또 "수직적인 한국과 달리 여기는 직원과 회사의 관계가 비즈니스 관계다. 즉 비즈니스 파트너로 서로 도와가면서 비즈니스를 키우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다"며, "주종 관계가 아닌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립이 되면 52시간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리콘밸리 와서 '52시간이 너무 짧아서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이상한 사람이나 모자라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소위 잘나가는 회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업의 비전과 직원의 비전이 정렬되고 종업원과 회사의 수평적 심리적 계약이 지켜지고 있는 회사는 근무시간을 임의로 통제하지 않는다"며, "국내 기업도 종업원과의 수평적 심리적 계약이 지켜지는 기업 문화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을 가장 잘하는 유럽의 경우,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40시간 미만이다. 지난 4월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덴마크는 37시간으로 가장 짧고.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 아일랜드 등은 39시간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그나마 영국이 주당 42시간으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길다.

국내 대기업 한 직원은 "실제로 52시간으로 근무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하루가 무척 밀도 있게 돌아간다. 회의만 하더라도 사전에 미리 준비하기 때문에 결론이 쉽게 나온다"며,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퇴근 시간이라는 마감효과는 여러 가지 장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업무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IT 업체 개발자는 "적어도 실리콘밸리만큼 연봉을 주는 회사라면 인정하겠다"며, "특히 한국 기업은 대부분 강의 등 부업이나 책도 못 쓰게 막고 있다. 지식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어야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기업 문화를 지적했다.

또 "이번 권고안은 근로자들의 고혈을 뽑아 기업주 배를 불리는 기업 입장의 70~80년대 개발 독재 마인드"라고 말했다.

심지어 "장 위원장이 게임을 중심으로 돈을 벌어온 사람인데, 국내 게임 업계가 요즘 근무시간 문제로 예전만큼 성과를 못 내고 있다"며, "예전에는 소수의 똑똑한 사람들 중심으로 쥐어 짜내서 게임 만들면 성과가 났었지만, 지금은 근무시간 압박으로 인해 인력 성과가 떨어져 인력들은 더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국가 전체 인력 수준이 산업 규모를 못 따라오는 문제를 노동시간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모바일게임 하나 개발하는 팀 인력만 해도 100명~150명씩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 위원장은 90년대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하고, 게임 제작사 블루홀을 설립해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보유주식 가치만 1조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 10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KPI뉴스 / 김들풀 전문기자 itnew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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