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액이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12월(-3.7%)부터 전년 동월 대비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올해 7월까지 누계 수출액을 보면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8.9%.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감소폭이 가장 크다.
수출 감소세는 물론 글로벌 경기 위축 등 대외 여건 탓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 대내 요인도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수출 부진이 특히 두드러지는 데는 최저임금 인상 등 국내 정책의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득주도성장'탓이기도 하다는 얘긴데, 얼마나 타당한 분석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적잖다. 최저임금 인상은 수출의 주축을 이루는 대기업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위축 여파…반도체·석유화학 단가 하락 기인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이 수출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제조업과 교역량 위축, 반도체와 석유류 단가 하락, 대 중국 수출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감소의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 저금리가 지속하는데도 경기가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으로 제조업이 흔들릴 정도로 전 세계 경제가 체질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수출은 상대 국가가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 상대 국가들의 경제가 안 좋으면 수출도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주요 수출품들의 단가 하락도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8월 반도체(D램 DDR4 8기가바이트 기준) 단가는 3.5달러로 전년 동월(7.7달러) 대비 54.5% 줄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만 수출액이 통관 기준 36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상 상당히 가격이 내려가 있으며 석유화학 제품의 단가도 떨어졌다"면서 "이런 제품들이 우리나라 수출 총액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52시간·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쟁력 약화" 지적도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수출액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정책들이 대외 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의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외여건이 나쁘고, 하강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경기를 더 죽이는 정책을 썼다"면서 "몸이 안 좋은 시기에 체질 개선한다고 운동을 열심히 시켜 독감에 걸린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프랑스 미래학자 기 소르망은 인건비 상승으로 한국 제품이 국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며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쟁력의 기반이 무너지고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출 악화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적으로 반도체 이외의 업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비용 상승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근로시간 단축도 이뤄지면서 시간당 임금이 상당히 오른 것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대외 여건과 국내 정책 모두 수출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책적인 문제로 전반적인 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와 투자 부진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기업들, 최저임금과 무관…국내 정책 탓하기 일러"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등 국내 정책은 최근 수출 감소와 무관하다는 반론이 적잖다.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여파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산업은 반도체와 석유화학인데 이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기업"이라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것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 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들에는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으나 단가 구조를 볼 때 하청 기업의 최저임금이 올라도 제품 단가는 오르지 않기 때문에 최종재 가격이 올라 수출이 줄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태 교수는 "현재는 국내 정책적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가 해외 공장 이전을 가속화하면서 국내에서 수출되는 양이 줄어드는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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