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신경써
전문가, 쉼터 필요성은 인정…환경 개선 힘써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반려견과 함께 인천 송도 롯데마트를 방문한 L씨(55)는 결국 반려동물 사료를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반려동물 쉼터'에 강아지를 맡기고 장을 보려고 했지만, 쉼터를 보고는 차마 그곳에 둘 수 없었다. 물품 보관함을 개조한 듯한 '반려동물 쉼터'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작고 어두워서 감옥 같아 보였다. 그렇게 L씨는 실망한 채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사료를 주문했다.

반려동물 사료를 사러 갔다가 반려동물 때문에 사지 못하는 아이러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한 번쯤은 겪었을 일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마트들은 경쟁적으로 사료와 간식을 비롯한 다양한 용품을 비치하고 있지만, 이 용품을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환경 조성은 허술하다. '반려동물 쉼터'라고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동물 보관함’에 불과한 이 제도를 두고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애견보관함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롯데마트가 취한 조치는 '애견 보관함'에서 '반려동물 쉼터'로 명칭을 바꾼 것뿐이다. 보관함 규격을 넓히는 방안은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여전히 가로와 세로 각각 30cm 크기로 작은 강아지만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열쇠로 여닫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보관함에 있는 동안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모든 '반려동물 쉼터'가 이런 열악한 환경을 조성한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쉼터를 제공하기 시작한 서초구가 대표적이다. 서초구는 구청과 주민센터에 총 6개의 쉼터를 설치했다. 일단 가로와 세로 길이가 70cm로 마트보다 2배 이상 크고, 환기 및 냉난방 장치가 설치돼 있다. 배변패드, 탈취제, 물티슈 등 구비된 용품 또한 다양하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민원인 배려 차원에서 시작된 '반려동물 쉼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면서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신경 쓴 점이 반려동물 주인과 반려동물을 꺼리는 일반 시민 모두로부터 단 한 번의 불만도 받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동물권단체 '케어' 염영기 사무국장은 "좁은 공간에 애견을 방치하는 일은 동물 학대가 분명하다"면서 '"반려동물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대에 대형마트에 '반려동물 쉼터' 설치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관함 규격을 넓히고 보관 시간을 제한하며 냉난방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누리꾼들은 "이걸 설치한 사람 중에 견주가 있을까", "그냥 사물함에 이름만 바꿨다", "차라리 안고 장을 보겠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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